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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04.20 01:57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69.금연법
/박명호
나른한 봄날 오후였다.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다. 잠이 밀려오는 시간이다. 옛날 같으면 이런 때 딱 좋은 게 있다. 바로 담배다. 아, 담배... 그러나 담배는 마약보다 더 위험한 것이 되고 말았다. 피우다 걸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된다. 징역 3년 이상에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다. 아무리 담배 생각이 간절하다 해도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는 생각해서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모든 감각을 타고 올라와서 몸이 뒤틀릴 지경이다. 지난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죽을 각오로 몰래 담배를 피웠다. 화장실에서 문을 꼭 걸어 잠그고 한 모금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변기에 목을 쳐 박고 물을 내렸다.
아, 담배... 그것은 끔찍한 상상이다.
A는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고 한결 편안한 자세를 취해본다. 간절한 담배 생각을 억제하면서 막 낮잠을 자려는데 건너편 건물 창에 한 사내가 매달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보니 그가 뭔가를 소리치고 있었다. A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뭔지를 알고 있었다. 필시 담배 때문이었다.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발각되어 창밖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창밖은 10층 아래 까마득한 높이었다.
A는 벌떡 일어나 창을 열고 내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20층 건물 중간쯤에 매달려 있었고 좌우 아래 위에서 경찰이 에워싸고 있었다. 여차하면 곧 뛰어내릴 자세다. 그는 온 몸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회사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누군가가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경찰이 출동했고, 그는 체포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맞서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요즘 와서 꽤 흔한 모습이었다. 며칠 앞서 명동의 한 비밀 지하 카페에서 10여 명이 집단으로 담배를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반발하며 체포를 거부하다가 경찰이 발포한 총탄에 한 명이 사살된 뒤에야 전원이 체포되는 무시무시한 사건이 있었고, 어제께는 경기도 광주시 인근 야산에 숨어서 담배 피우던 청년이 역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검거에 불응하여 계곡으로 도주하였다가 일주일 만에 잡히기도 했다는 등 연일 흡연자 소탕작전에 관한 소식들이 신문과 방송을 장악하고 있었다.
딱 한 해 전에 담배퇴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자유는 없다. 자신의 골방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그동안 1갑에 5만원까지 올려 규제하던 것도 모자라 아예 판매를 금지시키고 말았다. 판매금지뿐 아니라 소지하는 것도 금지했다. 담배 피우는 행위 자체가 범죄이며, 그것도 아주 악질적 사회악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래도 밀수나 국외로부터 숨겨 들어오는 담배로 흡연자 적발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적발되면 현장에서 체포되며 체포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면 사살을 할 수도 있으며, 최하 3년 이상의 징역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