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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자유학교 구상/ 박명호

작성일 : 2026.05.03 02:20

자유학교 구상

/박명호

 

제국주의 일본 사회에서 획일적인 규제와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던 1921년 하니 요시카즈와 모또꼬 부부는 군국주의와 파시즘적 교육에 항거하며 참자유인을 양성할 목적으로 자유학원을 설립하였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는 안 주고, 그저 의미 없는 사실들’(facts)만을 머릿속에 쑤셔 넣는 교육에 반대했다. 그들 부부는 무엇보다도 자율적인 인간 교육을 중시했다. 그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교실 밖의 실제 생활과는 매우 동떨어지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자유학원에서는 학과, 예술, 실제 생활을 모두 융합하여 통일된 흐름이 유지되도록 하였다.

 

자유학원 국어시간에는 국어교과서와 함께 동서고금의 명작을 통독하면서 작가와 작품 세계를 공부했다. 독서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깊게 하면서 확실한 사고력을 배양하려고 했다. 문학시간에는 교사가 추천하는 작품과 학생이 스스로 선택한 작품을 같이 읽고 토론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구글이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협업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똑똑해도 팀워크가 없으면 구글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2016년 다보스포럼도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능력 중 하나로 협업을 꼽았다. 우리 모두는 오로지 내 자식, 내 가족만 잘 되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소통, 상생, 협업같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제도와 교과과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앞으로는 창의력, 상상력, 협동심, 사회성, 인문적 교양, 배려, 감성, 직관력, 통찰력, 공감, 연민 등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업에 종사할 것이고,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새삼 주목해야 할 점은 앞서 언급한 자질들 대부분이 아날로그 시대의 전인교육이 강조하던 덕목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개인이 어떤 경우와 환경에 처하든지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으로 문화적, 문학적, 예술적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을 향유할 것이다.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반칠환>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 경쟁력 있는 아이로 기르고 싶습니다.

 

자존심(自尊心)과 자존감(自尊感)이라는 단어에서 자존은 문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존심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주로 타인과의 비교나 타인에 의한 평가에서 나오고 자존감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합니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는 친구들이 놀리거나 같이 놀아주지 않을 때 견디지를 못해 때론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합니다. 자존감이 강한 아이는 친구가 놀려도 처음에는 속이 상하지만 곧바로 친구를 괴롭히는 그 아이를 오히려 측은하게 생각합니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는 다른 친구보다 시험을 잘 쳤는지 못 쳤는지에 민감합니다. 자존감이 강한 아이는 결과보다는 공부하는 과정에 최선을 다했는지를 짚어봅니다. 성적이 안 좋아도 곧바로 툭 털고 일어나 더 좋아지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점수보다는 아이의 수고를 먼저 인정해주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목표로 하는 성적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존감이 낮은 부모일수록 자녀들이 매사에 완벽해지기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완벽을 요구하거나 강요하기보다는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하라고 말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마음을 열어놓고 남과의 공감대를 중시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비밀이 많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학생은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상대가 어려울 때 용기를 주고 격려하는 데서 기쁨을 얻습니다. 자존감이 높고 작은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누적한 학생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덜하고 좋은 점수를 받습니다.

 

- 남과 잘 어울리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항아리 두 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물을 가득 담아도 괜찮을 만큼 온전하고 튼튼했지만, 다른 하나는 밑이 깨져 있어 늘 물이 샜습니다. 언제나 미움만 받는 깨진 항아리는 제일 못생긴 머슴의 몫이었습니다. 이 머슴은 남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물을 길어야만 주인집 커다란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못생긴 머슴은 또 물을 긷기 위해 시냇가로 갔습니다. 밑이 깨진 항아리에 물을 가득 담고 늘 오가는 갓길로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데 깨진 항아리가 말했습니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너무 고생하시네요. 다른 항아리들은 벌써 물을 다 긷고 쉬고 있는데...차라리 절 버리세요.” 머슴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항아리야, 우리가 늘 지나온 길을 좀 보렴.” 항아리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머슴과 함께 걸어온 길가에는 예쁜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머슴이 말했습니다. “비록 물을 긷는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네가 흘린 물로 저렇게 많은 생명들이 여기저기서 잘 자라고 있지 않니. 너는 훌륭한 일을 한 거야.” 늘 물을 흘리는 항아리는 그 말을 듣고 눈에 가득 눈물이 고였습니다. 새지 않는 항아리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먼지만 날리고 있었지만, 깨진 항아리가 지나간 자리에는 너무도 예쁜 꽃들과 풀들이 서로 어우러져 웃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모자람과 못남이 길을 아름답게 만들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했다는 사실에 둘은 조용히 웃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접한 우화입니다. 이 우화는 연민과 배려, 애정 어린 관심이 인간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줍니다. 좀 뒤처지고 느린 자에 대한 배려는 세상과 이웃에 대한 적대감을 없애주며, 모든 대상을 친구로 만들어 줍니다. 무관심은 세상 만물을 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내 아이로 하여금 힘겹고 고통받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내 이웃이 더불어 행복하지 않으면 나 역시 안전하고 행복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자질이 궁금합니다.

 

21세기 IT 혁명을 이끈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불꽃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잡스는 보통 사람의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낙관적 의지와 집중력이 특별했습니다. 잡스의 일대기는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그의 창의력은 독서를 통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술에 접목한 데서 나왔습니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는 있는 것 중에서 자기가 필요한 것을 찾아내 융합하고 결합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사람입니다. 잡스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던지는 교훈은 인문학적 교양과 상상력의 중요성입니다. 세상의 많은 창조는 무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잡스를 꿈꾸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스텐 데이비스가 쓴 미래의 지배를 권하고 싶습니다. 스텐 데이비스는 아이디어를 얻고, 미래를 읽어내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참고하라고 말합니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창조하는 작업이 아니라 발견하는 작업임을 강조합니다. 발견한다는 것은 현재 속에 이미 미래가 존재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 전에 먼저 보라고 강조합니다. 미래의 새로운 추세는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고, 주변 사례를 찬찬히 살피면서 연관관계를 이해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밑천은 독서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전공과 비전공의 비율을 50:50으로 하라고 말합니다. 신문과 잡지를 몇 종류 읽고 전공과 상관없는 과학기술 분야와 소설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그 다음으로 생소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조언을 구하고, 대중 강연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학회, 세미나 등에 참석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라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색을 강조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본질적인 것 외의 것은 떨쳐버리고 기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생활을 하라고 충고합니다. 인간은 사색을 통하여 가장 새롭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인생은 복잡하고, 진실은 단순하다라고 말합니다.

미래학의 대부로 하와이 대학 미래전략센터 소장을 지낸 짐 데이토는 일찍이 정보화 사회 다음에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이미지(image)와 이야기(story)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이 형성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지의 생산·결합·유통이 경제의 뼈대를 구성하며, 거기에 감성적 스토리가 덧붙여질 때 새로운 부가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입니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꿈과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며, 경제의 주력 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가고, 상상력과 창조성이 국가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미지를 포장하여 수출하는 한류(韓流)는 한국이 드림 소사이어티 1호 국가임을 보여준다고도 했습니다.

 

- 아이들의 말이 너무 거칠고 품위가 없어 걱정입니다.

 

어떤 노인이 빵을 훔치다가 잡혀 와서 법정에 섰습니다. 판사가 왜 빵을 훔쳤느냐고 묻자 노인은 초라한 몰골로 눈물을 글썽이며 사흘을 굶고 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 판사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빵을 훔친 것은 절도 행위이므로 벌금 10달러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 다음 그 벌금은 내가 내겠습니다. 그동안 좋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죄에 대한 나 스스로의 벌금입니다라고 말하며 판사는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냈습니다. 이어서 판사는 이 노인은 법정을 나가면 또 빵을 훔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 오신 여러분들 중에서 그동안 좋은 음식을 많이 드셨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조금이라도 기부해 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감동을 받은 방청객들이 모금에 동참했습니다. 1920년 당시 돈으로 47달러가 걷혔습니다. 훗날 뉴욕 시장을 세 번이나 연임한 F. H. 라과디아 판사의 이야기입니다. 라과디아 판사가 좋은 음식을 먹은 죄라는 말 대신에 불우 이웃 돕기또는 가난하고 불쌍한 노인 돕기라는 표현을 했다면 노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것이고, 방청객의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입니다.

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은 선거 없이 실질적으로 세 번이나 대통령에 추대된 인물입니다. 그는 10대 나이에 이미 정신적 귀족이 되기 위한 수칙을 정했습니다. ‘교양과 고결한 품행을 지키는 110가지 수칙은 제수이트 교단의 수칙에서 따온 것입니다. 아직도 미국에서 출판되고 있는 그 수칙에는 비록 적이라도 남의 불행을 기뻐하지 마라. 아랫사람이 와서 말할 때도 일어나라. 저주와 모욕의 언사는 쓰지 마라. 남의 흉터를 빤히 보거나 그게 왜 생겼는지 묻지 말라등의 수칙이 있습니다. 품위와 품격이 있어야 존경을 받을 수 있고 권위가 생겨나는 법입니다.

그리스의 웅변가 데모스테네스는 타고난 말재주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선천적으로 말더듬이였고, 허약한 체질 때문에 말을 길게 이어가지도 못했습니다. 청년기에 들어설 무렵 아고라에서 첫 연설을 했을 때, 청중들은 그의 어눌함을 조롱하며 야유를 보냈습니다. 두 번째 도전에서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입에 조약돌을 물고 피나는 연습을 했고, 가파른 언덕을 달리다가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연설을 시작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그는 마침내 뛰어난 웅변가가 되어 수많은 재판에서 이겼습니다. 그의 경쟁자였던 피데아스는 당신의 웅변에서는 지난밤에 썼던 등잔불 냄새가 난다라고 비웃었습니다. 즉석연설은 거의 없고 항상 미리 준비하여 말하는 데모스테네스를 비웃는 말이었습니다. 그는 그러나 내 등잔과 당신 등잔의 밝기는 분명히 다르지 않소?”라고 응수했습니다. 그의 명연설은 항상 치열한 노력과 성실한 준비의 산물이었습니다. 데모스테네스는 유창성과 달변이 아닌, 철저한 준비와 진정성으로 당대를 평정한 웅변가가 되었습니다. 언어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다.”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언어 철학을 전개했습니다. 이 말은 내 언어의 한계를 확장하면 내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꿈을 꾸고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로 기르고 싶습니다.

 

인간은 꿈에 의해서 즉, 그 꿈의 짙은 농도, 상관관계, 다양함에 의해서, 또는 인간의 본성과 자연환경마저도 변화시키려는 꿈의 놀라운 효과에 의해서 다른 모든 것과 대립관계를 갖고, 다른 모든 것보다 우위에 서 있는 야릇한 생물, 고립된 동물이다. 그리고 지칠 줄 모르고 그 꿈을 좇으려고 하는 존재다.”라고 P. 발레리는 말했습니다. 태초부터 인류가 무수한 역경에 직면해서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역경의 순간에도 꿈을 꿀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꿈은 인간의 내면에서 무한한 에너지가 용솟음치게 해 줍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활동적인 사람들은 꿈을 좇는 사람들입니다. 꿈은 목적을 고귀하게 만들고 오늘의 어려움을 즐거운 마음으로 견딜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러나 그 꿈은 현실에 뿌리를 두어야 합니다. 린위탕(林語堂)중국인은 한쪽 눈을 뜬 채 꿈을 꾼다.”라고 했습니다. 감은 눈으로는 미래를 꿈꾸고 뜬 눈으로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뜻이지요. 프로이트는 꿈은 소원 성취라고 말했습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본능과 무의식이 마음속에 갈구하는 것을 머릿속으로 실제 성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꿈을 통해 머릿속에서 먼저 성취를 맛보아야 그 꿈은 보다 쉽게 구체적 현실로 구현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꿈꾸는 사람이 현실적인 힘도 강합니다.

 

- 공부와 생활을 즐길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니체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오늘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즐기면서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유형과, 요단강 건너의 천국만을 갈구하며 현실의 모든 즐거움과 쾌락을 거부하고 오직 회개와 절제, 자발적 고행, 눈물과 한숨만으로 살아가는 유형이 있습니다. 니체는 전자를 희랍인적 삶이라 했고, 후자를 유대인적 삶이라 했습니다. 희랍인은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살며 그곳의 모든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유대인은 현재의 모든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며 오로지 천상의 피안만을 꿈꾸며 삽니다.

한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희랍인 조르바열풍이 거세게 분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가 이성, 체면, 형식, 깨어 있는 정신 등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는데 대한 반성과 반발 심리 때문일 것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조르바는 니체가 말하는 전형적인 희랍인적 삶을 삽니다. 그의 입은 거칠고 험합니다. 그러나 그는 소외된 삶을 사는 고아와 과부의 후원자이고 버림받은 창녀의 연인이기도 합니다. 조르바는 오욕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짧지만 현실에서 가능한 쾌락을 기꺼이 향유합니다. 일과 휴식, 노래와 춤, 분노와 좌절, 빵과 과일을 얻기 위한 다양한 인간적인 노력, 성공과 실패를 사랑합니다. 모든 자본을 다 털어 넣고 공사를 하던 중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고 소설 속의 나와 조르바 두 사람은 빈털터리가 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동정과 경멸의 언어만 남은 빈 자갈밭 위에서 밤이슬이 내릴 때까지 춤을 춥니다. 그때 조르바가 말합니다. “희랍인은 패배할 수는 있으나 파멸될 수는 없다.” 조르바는 실패와 고통, 그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희랍인으로 살아가기를 갈망합니다.

날카로운 문명 비판론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역사가 호이징가는 놀이하는 유희적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호모 루덴스란 명저를 남겼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모든 형태의 문화는 그 기원에서 놀이의 요소가 발견되며, 인간의 공동생활 자체가 놀이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냥은 물론 전쟁조차도 놀이의 성격이 많습니다. 그는 문명이란 놀이 속에서 놀이로서 생겨나 놀이를 떠나는 법이 없다고 말하며, 인간은 놀이를 통하여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표현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현대에 가까이 올수록 문화가 놀이의 성격을 벗어나고 있다고 개탄합니다. 일과 놀이가 과거처럼 자연스럽게 결합하지 못하는 것이 현대의 불행이라는 것입니다.

 

마치면서

 

미국의 언론 학자 얼 쇼리스가 빈곤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취재를 하다가 살인사건에 연루된 여죄수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당신은 왜 가난하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는 정신적 삶이 없었기 때문입니다."라는 예상 밖의 답을 들었다.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라거나 친구 때문에 등의 이유를 대지 않았다. 뜻밖의 답변에 놀라면서 "정신적 삶은 무엇입니까?"라고 다시 묻자, "잘은 모르지만 책, 극장, 연주회, 강연, 박물관 등과 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얼 쇼리스는 노숙자, 마약중독자, 범죄자 등과 계속 인터뷰를 하면서 가난은 밥과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과 정신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과 자신감, 자신을 성찰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숙자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가난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클레멘트 코스를 열어 가난한 사람, 범죄자, 마약 중독자 등에게 철학, 문학, 미술, , 역사와 같은 인문학을 가르쳤고, 그 강좌를 통해 정신과 영혼의 힘을 재발견하게 된 상당수의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목격했다.

얼 쇼리스의 이야기는 자녀 양육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공부를 잘 못하는 이유가 양질의 사교육을 충분하게 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생활과 공부에서 아이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생각과 정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가난이 밥과 돈의 문제가 아니듯이 공부 역시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를 귀중히 여기는 자존감, 매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신감,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못하는 것이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며 꿈의 실현을 위해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하게 된다. 자신을 성찰하는 힘은 강압적인 훈육이나 강요로 생성되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주기적으로 대자연 앞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고, 문학, 음악, 미술 등의 예술작품을 통해 온몸을 적시는 감동을 경험할 때 그 힘은 가장 잘 형성된다.

다니엘 핑크는 지금 세계 경제와 사회는 논리적이고 선형적인 능력, 즉 컴퓨터와 같은 기능에 토대를 둔 정보화 시대에서 점차 창의성, 감성, 거시적 안목이 중시되는 개념의 시대(Conceptual Age)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구글의 알파고 이후 우리 사회는 그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미래 사회는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고,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우리가 어디서 꿈과 희망을 찾고,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답을 얻을 것인가. 책은 앞으로도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최상의 조언자이자 조력자의 역할을 할 것이고 창의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 시와반시2019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