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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05.14 12:03
바람이 부산에 묻는 질문 /김종해
바다와 사람, 그리고 공존의 이야기
도회에 내리는 겨울 비 소리를 듣다. 빌딩이 울음내는 소리가 들린다.
팔 빠지고 정강이가 삭은 거지가 지하도계단에서 구걸하고 있다.
카드 와리깡도 할 수 없는 가난한 가장은 마누라 눈살에 등골이 굽었다.
지난 여름 태풍에 상처 입은 가로수의 낙엽은
자갈치시장 곰장어집 연탄불 불쏘시개로 생을 다하고
남포동 뒷골목 포장마차의 마지막 손님의 한숨소리가
내일 새벽에 출항하기 위해 남항에 정박해있는
어선의 뱃머리에 걸려있다.
(자작시, 1982, 도시의 겨울)
부산의 바다는 파도마다 책장을 넘겨주는 거대한 도서관이다. 자갈치의 비릿한 냄새가 문학의 첫 행을 찍고, 해운대의 야경은 이야기의 다리를 놓는다. 남포동 골목의 오래된 간판들은 세월의 활자처럼 빛바래어, 항구의 바람 속에서 흘러온 목소리들과 함께 도시의 사연을 맞이한다. 바람은 부산을 낳고, 파도는 바다의 길을 축복한다. 오늘 당신은, 한 권의 책 속 한 페이지로 될 수 있을까? 광안리의 불빛이 파도와 속닥인다. 물결과 글자가 손을 잡고 흐르는 밤, 젊은 영혼의 호기심은 도시의 심장을 두드린다. 바람과 함께 걷는 당신의 발걸음마다 이름 없는 위로가 스며든다. 이 밤, 당신은 어떤 이야기로 바다를 채우겠는가.
인문학적 도시의 숨결
용두산 공원은 도시의 숨결이 머무는 산책로다. 옛 선원의 쉼과 자갈치 아지매의 지친 손길이 바람 속에서 겹쳐지며, 어느새 하나의 잔잔한 음악이 된다. 시민도서관은 바다의 등대처럼 조용히 빛나며 그 빛 아래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눈다. 용두산 탑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서로의 그림자를 따라 걷고, 질문의 길 위에는 언젠가 찾아올 답의 실마리가 가을 햇살처럼 조용히 내려앉는다. 기억은 대화 속에서 다시 숨을 쉬고, 시간은 그렇게 사람의 얼굴을 닮아간다. 오늘, 당신의 질문은 무엇인가? 남포동의 골목에서는 작은 카페가 말을 건넨다. 커피향이 책 냄새와 뒤섞여 공기를 메우고, 낡은 벽화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된다. 그 곳의 한 구석에서 ,누군가는 책을 덮고 자신의 하루를 곱씹는다. 도시의 인문학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길 위의 걸음, 가게의 불빛, 벤치위의 침묵 속에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닿는 그 순간이다. 당신의 하루에 남겨진 작은 호기심, 그 반짝임이 내일의 이야기를 여는 첫 문장이 된다.
지정학적 맥락의 그림자와 빛
외항선 선박들이 신항으로 달아난 부산항 부두위로
벗어 놓은 삶처럼 누추한 햇살이 비추고
밤새 태평양을 건너온 파도, 물처럼 깊어지는 시간의 무늬에
곧 올 황혼의 어둠을 읽는다.
형체들이 산산이 찢겨져 나간 부산항 1,2,3,4부두는
번잡했던 컨테이너 화물들의 못다 푼 욕망의 찌꺼기들을 그물에 가두어
북항 시민공원으로의 새 삶을 되새김질 한다.
4부두에 다시 태어난 국제여객부두는 부산항대교에 가로막혀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 손님을 모실수도 없는 반신불수고
모진 세월 부산항을 지켜 온 오륙도 다섯 개 섬은 잃어버린 꿈을 찿으려고
오늘도 태평양 거친 파도와 싸우고 있다.
(자작시, 2015, 잃어버린 부산항의 꿈)
동북아의 바람이 도시를 흔들어도, 부산은 그 진동을 흡수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항만은 전략의 무대이자 문명의 창(窓)이다. 이곳에서 바다는 국경이 아니라, 문화를 건네는 손길이 된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를 향한 수많은 길목들이 서로의 다름을 비추며 교감한다. 바닷길은 경계의 그림자를 지우고 협력의 빛으로 길을 확장한다. 편견은 그 빛 앞에서 녹아내리고, 시야는 거울처럼 넓어진다. 당신은 그 다름을 어떻게 언어로, 그리고 대화로 바꿀 수 있을까? 부산항의 관문을 지키는 오륙도의 바람은 경계의 무너짐을 상상하게 한다. 서로 다른 언어가 파도처럼 섞이고, 상인의 목소리와 항해자의 숨결이 겹쳐지며 새로운 리듬을 만든다. 지역의 기업가들은 손을 맞잡고 항구에 생명을 다시 채워 넣는다. 다름 속에서 일어나는 협력, 그것이야말로 이 도시의 가장 깊은 숨결이다. 당신의 한 걸음이 다름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부산의 바람 속에서 여전히 떠돌고 있다.
경제의 물결과 사람의 손길
거대한 제조의 선로와 물류의 흐름이 교차하는 곳, 그 틈새마다 작은 상점의 손길이 온기를 불어 넣는다. 도시의 곳곳에 버려진 듯 버티고 있는 전통 시장 골목은 여전히 창업의 첫 무대이자, 비 오는 날에도 웃음이 거래의 통화처럼 오간다. 센텀시티의 빌딩 숲 사이로는 새로운 기업의 숨결이 해풍을 타고 번진다. 교육과 연구는 사람의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고, 지식의 축적은 이 도시의 번영을 잉태하는 씨앗이 된다. 일자리의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삶의 질과 함께 흐르는 인간의 맥박이다. 당신의 하루는 어떤 작은 단단한 변화로 시작되는가. 남포동의 오래된 시장에서는 아이디어가 노점의 불빛처럼 반짝이고,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물류의 흐름은 시간의 속도를 조금 더 빠르게 돌린다. 그러나 이 도시의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배려와 연대의 문화로 움직인다. 당신은 오늘, 누구의 손을 잡고 있는가.
교육과 기억의 다리
부산은 대학교가 많은 도시다. 대학 캠퍼스의 바람은 실험실의 호기심과 맞닿아 있다. 강의실 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또 하나의 교과서, 끝없이 펼쳐진 자료이자 질문의 원천이다. 교실에서의 작은 실패는 큰 통찰로 되돌아오고, 멘토와 멘티의 눈빛이 마주칠 때 협력의 변수는 비로써 안정된다. 도서관의 책장은 시간의 강 위에 놓인 다리처럼 과거의 지혜를 현재의 선택으로 이끈다. 지식은 혼자의 것이 아니라, 나눌 때 살아나는 생명이다. 당신의 지식은 누구와 함께 숨 쉬고 있는가. 새롭게 조성된 강서 연구단지에서는 협업의 라인이 빛의 회로처럼 이어지고, 실패의 조각들이 다음 도전의 지도로 그려진다. 학습하는 마음은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건축가이며, 그 마음의 크기만큼 도시의 가능성은 확장된다. 당신의 다음 연구 주제는 무엇이 될까, 그 물음이 오늘도 지식의 강 위를 건너고 있다.
예술과 공존의 도시
음악은 해안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다. 그 선율은 바다의 숨결을 닮아 도시의 골목마다 스며든다. 무대 위의 목소리는 이웃의 하루를 밝히고, 벽화와 거리 공연은 모두가 함께 머무는 공공의 거실이 된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호흡으로 엮일 때, 창의성은 경제의 불꽃이 되고, 예술가와 기업가의 만남은 도시의 새로운 언어를 만든다. 그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다문화의 다양함은 경쟁이 아닌 생명력의 원천이 된다. 당신의 예술적 한 걸음은 어떤 울림으로 세상에 닿고 있는가. 자갈치의 비릿한 바람과 국제시장의 소란한 숨결 사이, 밤이 내리면 벽화들이 불빛을 머금어 반짝인다. 그 색채는 지역주민과 외래방문객이 함께 그려낸 하나의 대화이자, 공존의 약속이다. 예술은 경계의 벽을 허물고, 경제를 다시 인간의 얼굴로 되돌린다. 당신의 하루에는 보이지 않는 예술의 손길이 머물고 있는가.
삶의 속도와 모험의 마음
무덥고 긴 장마 한가운데 부산항 바다 물은 풀이 죽어
작은 일렁임으로,
신항으로 가버린 배들의 배신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
번잡했던 뱃길에 벗어 난 오륙도 다섯 개 섬은 침잠에 들고
이기대 언덕의 SK뷰 아파트 앞 바다에는 태평양을 건너오다 지친 파도 위에
낡은 화물선 한 척이 오수에 졸고 있는데
국립해양박물관의 새롭고 신선한 기운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다.
(자작시, 2025, 부산 바다 풍경)
안정과 도전 사이에서, 부산의 젊은이들은 각자의 속도를 찾고 있다. 누군가는 학업의 벽을 넘으며, 또 누군가는 취업의 문 앞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호흡한다. 작은 성공은 자신감을, 작은 실패는 단단함을 가르친다. 그렇게 젊음은 넘어지며 배우고, 멈추지 않으며 성장한다. 바다의 넓이가 마음의 여유를 닮았듯, 인생의 속도도 느림 속에서 깊어진다. 꿈은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시간의 파도위에서 천천히 자라나며 결코 멈추지 않는 법을 몸으로 익히는 것, 그것이 부산의 젊은 마음이 가진 힘이다. 당신의 속도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광복동의 길목 어딘가에서는 한 사람의 용기가 또 다른 사람의 시작이 된다. 두려움을 넘는 태도가 젊음을 정의하고, 오늘의 작은 승리가 내일의 큰 길을 여는 초석이 된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배운다. 도전의 결과보다도, 성공을 확장시키는 가장 안전한 행위임을. 오늘 당신은 어떤 작은 승리를 기록하고 있는가. 그 조용한 한 걸음이 내일의 바다로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동체의 힘과 배려의 문화
이 도시의 진정한 힘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있다. 이웃의 기도와 친구의 격려가 얽혀, 보이지 않는 연결망이 되어 도시의 심장을 움직인다. 실수는 나무라기보다 이해로 다가가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신뢰가 자란다. 부산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동의 미래를 설계한다.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이야말로, 도시의 건강을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이다. 당신의 작은 배려는 오늘 누군가의 하루를 얼마나 다르게 물들일 수 있을까. 해운대의 모래사장은 서로 다른 꿈이 한데 쌓여 하나의 성을 이루는 곳이다. 바람이 모래 위를 스치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웃의 손길과 겹쳐져 새로운 길이 된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함께 배우고, 같이 성장한다. 한사람의 친절이 또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고, 그 희망이 다시 도시의 큰 흐름이 된다. 배려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조용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의 방향이다. 당신의 하루 속에서 흘러나온 작은 친절 하나가 이 도시의 기억 속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을까.
에필로그. 바람을 닮아
부산의 바다는 시를 가르친다. 그 너른 품은 삶의 리듬을 담고, 파도는 질문처럼 밀려와 마음을 두드린다. 인문학은 사람을 다독이며, 서로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법을 가르치고, 경제는 삶의 질을 다듬어 공동체의 일상을 빛나게 한다. 이 도시의 바람은 언제나 청춘의 이름을 부른다. 그 바람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저마다의 방향으로 걸어간다. 도전과 안정, 다름과 존중, 실패와 성장, 그 모든 것이 이 바람에 실려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다. 부산의 바람은 재촉하지도, 머물게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잊지 않도록, 삶은 늘 움직임 속에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당신의 내일은 이 바람 아래에서 어떤 얼굴로 바뀌게 될까. 오늘 내디딘 작은 걸음이 내일의 바다위에서 또 다른 희망의 파도가 되길. (2025.10.27., 은산 김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