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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35> 겨울잠

작성일 : 2020.12.22 08:45 수정일 : 2020.12.22 09:21

겨울잠  /박명호 소설가

 

입안이 이상해서 거울을 보니 혓바닥에 머리카락이 여럿 묻어 있다.

손가락으로 가만히 끄집어내니 머리카락은 목구멍 속까지 이어져 있다.

한참을 당겨내도 머리카락은 속에서 계속 끌려나온다.

그제는 양손으로 막 당겨도 머리카락은 실타래처럼 풀어져 나온다.

땀까지 뻘뻘 흘리며 머리카락을 끄집어낸다.

그래도 끝이 없다.

종국엔 내장까지 끌려나올지 모른다.

내가 완전히 지칠 때까지 머리카락은 목구멍에서 나올 것이다.

그리곤 실을 다 뿜어낸 누에고치가 번데기가 되 듯

나는 거대한 번데기로 변해 머리카락을 이불삼아 겨울잠을 잘지 모른다.

 

몇 년, 아니

백 년 동안 고독한

잠을 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