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서지월의 만주詩行
작성일 : 2020.12.21 11:35
오빠라는 말
/서지월 시인
주몽이 대고구려를 건국한
고구려 제1도읍 환인에서
택시 잡아타고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
고구려 제2도읍 집안을
2016년 12월 31일 갔는데
마중 나온 분은, 나하고 동승한
환인조선족학교 봉창욱선생
제자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셨네
그 제자 학교 졸업하고 타향에서
직장 다니고 있는데 위챗에서
자신의 고중학교 담임선생님께서
한국시인과 고구려 제2도읍 가는 걸 알고
고향의 어머니한테 연락해
우리 선생님 잘 모셔라 했대나
참으로 대견한 일 아닐 수 없지
그래서 집안 가서 만난 분이
환인조선족학교 봉창욱선생
제자의 어머니였네
압록강은 말못할 사정 있는 듯
이미 꽁꽁 얼어붙었고
온 산천이 흰눈으로 뒤덮혔는데
거기다가 덤으로 흰눈이 나리는데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흰눈이
폴폴폴 나리는데
광개토대왕비 장군총
환도산성 등 둘러보고서
차가운 손도 녹힐 겸 식당 들어가
식사도 하고 맥주도 한 잔씩 하는데
그녀 아들의 선생님한테
처음엔 선생님이라 부르더니
기분이 좋았던지
'오빠'라 부르는 것이었네
이것도 재미나고 좋은 일로 여겨져
연방 유리잔 부딪히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네
환인에서 집안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봉시인은,
- '아들의 선생님께 오빠라??'
잠시 생각 좀 하더니만
-'좋아 그럴 수 있지'
하고선 우리 둘이는 앚장구 치며
웃어자치고 말았네
아들이 졸업한지 수수년 됐으니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둘이는 함박웃음 짓고 말았네
이런 것도 내겐 만주땅에 온
좋은 선물이었지 뭐!
=시작 노트=
**만주기행의 의미가 이런 사소한 것에도 있다는 것을 아시는가. 틀에 짜여진 기행이 아니라 오가다 스친 인연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소중하게 느껴지니 말인데 안 가 본 사람은 체험할 수 없는, 만사가 거창한 것에서 출발하는게 아니듯이 시인의 삶도 이러할지어다.
거기다가 겨울 만주기행에서 집안을 갔었을 때는 2004년에도 12월 31일이었으며 2016년에도 12월 31일이었다. 하필이면 12월 31일이었을까,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