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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12.20 02:11
주현미, 짝사랑
총총한 별은 하늘로 올라간 눈물.
―이승주, 「갈대」 중에서
'눈물’과 ‘별’이야말로 삶의 은유이자 서정의 본질이며, ‘눈물’과 ‘별’이 같은 뿌리에서 발현된 것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문학이요 예술이다.
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아직 몰라 난 정말 몰라
가슴만 두근두근 아 사랑인가 봐
해질 무렵이면 창가에 앉아
나는요 어느샌가 그대 모습 그려요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해주세요
눈물만큼 고운 별이 될래요 그대 가슴에
속삭이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아직 몰라 난 정말 몰라
가슴만 두근두근 아 사랑했나 봐
그대 지나치는 시간이 되면
나는요 어느샌가 거울 앞에 있어요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해주세요
눈물만큼 고운 별이 될래요 그대 가슴에
속삭이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아직 몰라 난 정말 몰라
가슴만 두근두근 아 사랑했나봐
그대 지나치는 시간이 되면
나는요 어느샌가 거울 앞에 있어요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해주세요
그대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별이 될래요
주현미가 부른 「짝사랑」은 짝사랑에 빠진 아가씨의 심리를 절묘하게 여실히 포착한다. “마주치는 눈빛” 그것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면 그것은 사랑. 그러나 아직은 볼이 붉은 짝사랑. 짝사랑의 감정은 해질 무렵 창가에 앉아 자신도 모르게 어느샌가 그대 생각에 잠기게 하겠으며, 또 “속삭이는 눈빛”이라고 느꼈다면, 그래서 그대 지나치는 시간이 되면 어느샌가 거울 앞에 있게 되었다면 그것은 짝사랑이 깊어졌다는 말. 그리하여,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기도 한 줄을 아직 알지 못하는 아가씨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짝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며 기다리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가씨가 자기에게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해준다면 그대 가슴에 별이 되겠단다. 반짝이는 별만으로도 아름다울 것인데 그것도 모자라 “눈물만큼”이나 “고운 별”이 되겠다고 한다. 이 노래 말고 ‘눈물’을 이처럼 ‘곱다’고 표현한 노랫말이나 시구를 잘 본 적 없다. “눈물만큼 고운 별”이라고 하였으니, ‘고운 눈물’은 큰 슬픔이나 상실에서 기인한 생리적인 반응의 현시물(顯示物)이 아닌 가장 진실한 감정 곧 진정(眞情)이겠으며, 그런 함의적인 면에서 볼 때 눈물만큼 고운 “별” 또한 “그대 가슴에” 뜨는 별이므로, 보석같이 빛나는 생의 순간을 말함을 알겠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 「유리창」
눈물은 물론 슬플 때만 흘리는 것은 아니다. 너무 기쁘면 웃음보다 눈물이 앞설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눈물의 원질(原質)은 정이고 회한이고 상실로 인한 슬픔이고 그리움이고 사모인데, 위의 시에서도 상실의 슬픔인 눈물을 “물 먹은 별”, 반짝이는 “보석”에 비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눈물을 잃어버리고 눈물샘이 마른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가장 소중한 보석을 잃어버리고 우리 가슴속의 별을 잃어버리는 것과 똑같다. 눈물이야말로 우리가 그리운 가슴에 닿고자 하는 물길일진대, 우리가 눈물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서로에게 닿는 물길이 사라짐을 뜻한다. 우리가 끝내 보석처럼 귀한 눈물을 잃어버리고 반짝이는 별을 잃어버린다면 우리의 가슴은 얼마나 가난하고 적막하겠는가. 무엇으로 그 부재를 채울 것인가. 그대나 나 사이에도 눈물의 물길은 흘러야 한다.<이승주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