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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12.18 05:50
낙엽길 따라
/조 병 무
새벽 산길 오르는 길목에
사푼히 다가오는
낯익은 길손들
언젠가 본 듯
수줍어 고갤 떨구며
어다로 가는 길인가
소곤소곤 귓속말
조용 조용
얼굴 붉히며
사르르 불어오는 바람 따라
빨간 노랑 빛 옷자락 흔들면서
흘러가 버린
초록의 연민
잊은 듯 잊은 듯
어디로 가는 길인가.
-《문학과 창작》 2015년 봄호
*조병무(경기도, 군포시): 시인, 문학평론가, 동국대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한양대), , 《현대문학》 등단(1965), 현대문학상, 시문학상, 윤동주 문학상, 녹색문학상 등 수상 , 동덕여대 교수, 한국현대시인협회장 등 역임, 시집 『꿈 사설』 ,『숲과의 만남』 등, 문 학평론집 『존재와 소유의 문학』, 『문학의 환경과 변화의 시대』 등, 『한국소설묘사 사전』전 6권 등이 있음
문학평론가로 데뷔하였으나 시인으로도 대성한 조병무는 최근 생태시에 심취되어 있다. 6년 전에 발간한 시집 『숲과의 만남』(2014)은 원로 시인으로서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잘 형상화되어 있다. 그는 이 시집으로 산림문학회(산림청 녹색사업단 기금 지원)가 주는 제3회(2014) 녹색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생태시, 특히 산림을 제재로한 시의 대표적인 시인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시는 낙엽 떨어진 산길을 새벽에 오르면서 낙엽을 바라보는 시적화자의 태도가 잘 나타나 있다. 사실 낙엽은 봄의 연두빛이나 여름의 초록빛 잎새 그리고 울긋불긋한 단풍에 비하여 우수와 적막의 정서가 배여 있는 사물이다. 물론 그의 작품들에는 녹음 우거진 숲을 제재로 한 시들도 많다. 그러나 여기서는 낙엽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정서인 우수나 적막감보다는 훨씬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마지막 행이자 독립된 연인 “어디로 가는 길인가”에서 낙엽에게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묻고 있다. 이 물음은 자연으로서의 낙엽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 시인의 개인의 삶,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던지는 질문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임에 틀림없다는 생각도 든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