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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읽기 12> 박성순의 체념諦念

작성일 : 2020.12.11 08:30

 

체념諦念

박성순

 

벗어라

이 세상 시비곡직

혈혈단신

올 때도 그러했고

갈 때도 그러 할 것이니

 

오랜 세월 동안

때가 묻어 잘 지워지지 않는 정

아옹다옹 지나고 보면

괴로웟던 것들이 더 아름다운 것

정으로 얽힌 추억으로 남는다

 

그대와 나

몇 겁의 인연이 있어 만났으리오만

오온이 개공*

한 세상 모두가 허상인 것을

품었던 미련일랑 일체 잘라 버리세.

 

*오온(五蘊): 불가(佛家)에서 ,,,,으로 사람의 육체와 의식구조를

통칭하는 것이며 이것은 실체가 없는 것.

-<남강문학> 6(2014)

*박성순(서울): 진주고, 부산대 영문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영국왕립행정과정 수료. 진주고, 경복고 교사, 교육부 교육연구관, 일본히로시마교육원장 등 역임 서울상고 교장 정년 퇴임. <문예사조>시인상 데뷔. 광화문사랑방 시낭송회 회원. 남강문학회 회장 역임, 시집<난데이 고개 연가><매어 있지 않는 배> , 산문집<유산문집> .

 

 

박성순 시인은 필자의 선배이자 스승님이다. 진주고의 11년 선배이시니 80을 훨씬 넘은 노시인인데 필자가 진주고에 다닐 때 모교의 영어교사였다. 약력에도 나와 있지만 그는 교육부 연구관을 거쳐 일본 히로시마영사관 교육영사(교육원장)를 지내셨다. 그는 정년 후 시단에 데뷔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필자의 오랜 친구 고 김건일 시인이 회장으로 있었던 광화문사랑방시낭송회 회원으로 그보다 훨씬 젊은 시인들과 어울리고 있다. 5년 전에는 그들과 함께 <광화문시인들>8집을 엮기도 했다. 사실 그는 나이에 비하여 젊게 보이고 실제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젊다. 그의 고향은 남강의 발원지인 경남 함양군 서상면 대로리이다. 6년 전 가을 남강문학회 회원 30여명이 진주에서 <남강문학> 6호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남강의 발원지를 탐방할 때에는 고향집에 남강문학회 회원들을 초청하여 돼지도 잡고 마을 잔치를 베풀기도 하였다.

<체념諦念>은 그의 신체적 정신적 나이와는 다른 노시인으로서의 삶과 인생에 대한 달관하는 모습이 형상화된 작품이다. 어쩌면 오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사모님과의 이별 연습인 것도 같다.(이 시를 쓴 후인 2017년 사모님은 세상을 떠났다.) 이 시는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연에는 그의 불교적 세계관이 반야심경을 바탕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라는 불교에서 시간을 가리키는 시어도 그렇고, 박 시인이 주로도 밝히고 있지만 오온이 개공은 반야심경의 핵심인 이 세상의 의식이나 나 자신은 다 없다는 뜻, 즉 개공皆空에서 가져온 행이다. 말하자면 불교의 공사상을 시로 형상화 한 것이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기독교적 세계관과는 대척점에 있는 사상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현실이나 세상사를 초월하는 태도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