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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33> 신허생전

작성일 : 2020.12.08 02:04 수정일 : 2020.12.08 02:12

신허생전   /박명호 소설가

 

하 선생은 남산골 오두막에 살았다. 그는 오로지 소설만 쓰고 있었다. 하루는 그의 처가 가난에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놈의 소설 쓰기만 해서 무얼 합니까?" “아직 소설의 경지에 다다르지 못하였소."

"장사해서 밥벌이라도 못 하시나요?" "장사는 배우지 못했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그럼,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그는 쓰던 소설을 덮고 일어났다. “당대 최고의 걸작 완성을 목전에 두고 일어나다니..."

 

하 선생은 우리나라 최고 재벌 회장을 찾아갔다.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일만 냥만 꿔 주시기 바랍니다."

재벌 회장은 선 듯 천 억을 내놓았다. 그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비서가 어리둥절해 물었다.

생면부지 사람에게 담보 없이 거금을 빌러줍니까?"

허생전을 읽어보게."

 

하 선생은 문학은행을 만들어 시 50만원 소설은 길이에 따라 5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사들였다. 시중에 시와 소설은 곧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각종 출판매체는 물론이고 언론이나 심지어 중대한 행사장에서도 시와 소설이 없어서 쩔쩔 매고 있었다. 문학작품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시는 몇 백만 원 소설은 몇 천만에서 몇 억을 호가했다. 한국의 모든 문학작품은 문학은행으로 통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저 백석 시인의 여인 자야는 옛날 애인을 위하여 이천 억을 쾌척하기도 했는데 고작 천 억으로 한국 문학을 좌지우지했으니, 우리의 문학판을 알 만하구나!"

하며, 그가 재벌 회장을 찾아가 천 억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