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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노래는 길다

<가요산책 28> 김치캣의 검은 상처의 부루스

작성일 : 2020.12.06 02:01 수정일 : 2020.12.06 02:29

김치캣, 검은 상처의 블루스

                                                   /이승주 시인

 

사랑 빼고서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네 인생의 봄날의 설렘도 환희도 여름날의 정열도 가을날의 그리움도 슬픔도 그 수원지가 사랑인 줄 알아서 우리는 가슴을 적시며 노래를 듣는다. 비록 사랑이 가슴 아픈 상처라 하더라도 상처 없이는 어찌 이 비루하고도 남루한 한세상 건널까. 삶이 비록 곤고하여 사랑조차 쓸쓸한 날이더라도 우리 기댈 곳 그밖에야.

 

그대 나를 버리고 어느 님의 품에 갔나

가슴의 상처 잊을 길 없네

사라진 아름다운 사랑의 그림자

정열의 장밋빛 사랑도 검은 상처의 아픔도

내 마음 속 깊이 슬픔 남겨놓은

그대여 이 밤도 나는 목메어 우네

 

사라진 아름다운 사랑의 그림자

정열의 장밋빛 사랑도 검은 상처의 아픔도

내 마음 속 깊이 슬픔 남겨놓은

그대여 이 밤도 나는 목메어 우네

그대여 이 밤도 나는 목메어 우네

 

내 가슴에 검은 상처를 남기고 그대가 나를 버리고떠나갔다. 나는 그 가슴의 상처 잊을 길이 없다. 내 가슴의 상처는 그대로부터 버림받은 상처이나, 잊을 길 없는 건 복수가 아니다. 무정하게도 나를 버리고 어느 님의 품으로 간 그대에 대한 결코 잊을 수 없는 복수가 아니다. 복수는 그리움도, 복수는 슬픔도 아니다. 사라진 정열의 장밋빛 사랑도 검은 상처의 아픔도 그 슬픔은 그리움이고, 그 사라진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그리움은 내 마음 속 깊은 슬픔이다. 그리하여 이 밤도 나는 잊을 길 없는 그대를 향한 그리움에 슬픔에 목메어 운다.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봄마다 피어나는 열정이었으니

다만 너무 여려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류시화, 옹이

사랑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사라진 아름다운 사랑의 그림자가 남긴 그 검은 상처를 흉터라고 부르지 마라. 함부로 그것을 흉터라고 말하지 말라. ‘이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피었던 자리였으니 내 인생 꽃 피지 않았으면 없었을 이것. 죽지 않을 것이면 그렇게 뜨겁게 살지도 않았고, 떠나지 않을 것이면 목메어 울며 붙잡지도 않았고, 침묵할 것이 아니면 애원하지도 않았고, 우리 언약 마침내 마른 잎 같이 부서지고 말 것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장밋빛 열정으로 사랑하지도 않았으니 사랑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함부로 그것을 옹이라고 말하지 마라. 사라진 아름다운 사랑의 그림자가 남긴 그 검은 상처를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옹이 없이 큰나무가 어디 있으며 옹이 없는 인생이 또한 어디 있을까. 비록 너무 여려 단 한 번 그대만을 사랑하였던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하고 눈물로 졌을지라도 나도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올렸으니 그것을 흉터라고 옹이라고 부르지 말고 꽃이라고 불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