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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32> 콰이江의 다리

작성일 : 2020.12.01 09:01

 

콰이의 다리

                /박명호 소설가

 

냉탕수영은 겨울목욕의 백미다.

 

K는 온탕에서 반신욕으로 땀을 흘린 뒤 냉탕으로 가서 한 바탕 헤엄질 하고 탕 턱에 머리를 베고는 배영으로 누워 마무리한다. 그러노라면 늘 어떤 노래를 흥얼거린다. 기분이 최고조에 다다른다. 노래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나오는 대로 흥얼거린다. 그것이 오래된 그의 목욕 습관이다.

콰이의 다리’. 경쾌한 행진곡이지만 일본군에 포로가 된 영국군의 이야기를 다룬 아주 오래된 영화주제곡이다. 왜 그 노래가 떠올랐는지 그도 알 수 없다. 조심성 많은 K가 주변을 살펴보더니 사람이 없자 휘파람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휘파람은 물기 많은 목욕탕의 벽에 공명되어 행진곡답게 아주 경쾌해졌다. 저절로 신이 났다. 신이나자 여음과 물장구까지 섞어가며 혼자 기분을 다 내고 있었다.

그때 인기척이 들렸다. K는 얼른 노래를 중단한다. 때밀이 칸막이 뒤에서 익숙하게 보던 사내가 나왔다. 약간은 겸연쩍은 눈인사를 건넸다. , 그때 K에게 스쳐가는 인물이 있었다. 목욕탕에서 그를 볼 때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해서 늘 고개를 갸웃갸웃 하곤 했는데 그제 딱 마주친 것이었다.

콰이의 다리! 그 영화 속 일본군 수용소 소장이었다.

짧은 머리, 건장한 체구, 그리고 미남형이지만 약간 답답한 듯한 강인한 인상...

바로 그가 엉성한 수용소 감옥에서 기어 나오는 영국군 포로처럼 뭔 일이야? 하는 표정으로 영화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곤 조금도 어색함 없이 방금 K가 있던 냉탕 속으로 뛰어들었다.

 

콰이의 다리 주제곡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