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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책상과 밥상 사이> 14. 수능을 앞두고

작성일 : 2020.11.29 01:57

 수능을 앞두고

코로나19가 모든 일상을 옥죄는 한해였지만 우리 수험생들은 힘겨운 시간을 잘 버텨냈다. 수능시험이 목전에 다가오자 상당수의 학생들은 불안하다며 적절한 조언을 해달라고 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불안하다. 수험생들은 불안감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적당한 시험 불안(test anxiety)은 집중력을 높여주는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어느 대학에서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I.Q 검사를 했는데 한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10% 정도 높은 점수가 나왔다. 어느 모로 보나 두 집단은 차이가 날 수 없었다. 검사 날짜만 달랐을 뿐 문항과 실시 방법이 같았기 때문이다.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점수가 높은 집단이 검사받던 날 허리케인이 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화창한 날 같은 시간에 동일한 문제로 다시 검사했다. 정상적인 날씨 때 검사를 받았던 집단은 전과 비슷한 점수가 나왔고, 허리케인이 불던 날 검사를 받은 집단은 전보다 점수가 10% 정도 내려갔다. 허리케인이 학생들을 긴장하게 만들어 집중력을 높였다. 평소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며 매사에 도전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에겐 위기와 불안은 생산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대박이란 말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가. 어떤 사람은 흥부전에서 작은 박 씨가 큰 박으로 자란 것을 대박이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쪽박의 반대말이라고도 한다. 현재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대박이란 말은 사행성 도박의 번창과 함께 유행했다. 수능시험조차도 일종의 도박으로 간주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이런 생각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내가 시험을 못 치면 실력보다는 시험 운이 없어서 망쳤다고 변명하며, 남이 잘 치면 남다른 노력의 결실이라고 인정하기보다는 그냥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비아냥댄다. 내가 잘못한 것도 남이 잘되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는 페어플레이나 결과에 대한 승복 따위란 있을 수 없다. 헛된 대박보다는 자기 실력을 실수하지 않고 발휘하길 소망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수능시험을 목전에 두고 위기감을 조성해 수험생을 긴장하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격려가 아니고 수험생을 더 힘들게 한다.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위기론의 무자비한 횡포 앞에서 심약한 사람은 불안감 때문에 무기력해지기 쉽다. 불안감은 인간의 모든 잠재 능력을 파괴하고 영혼을 병들게 한다. 수능시험에서 대박은 없다. 뿌린 대로 거둘 뿐이다. 모든 일은 자신의 태도에 달렸다는 마음가짐과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신력이 수능 성패를 좌우한다. 올해는 고사장 앞 응원도 금지된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수험생이 편안하게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는 것보다 더 힘찬 응원은 없다.<윤일현 시인·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