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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림, 시를 그리다 13> 분노의 미루나무

작성일 : 2020.11.29 01:09

분노의 미루나무

 

최서림

 

 

가시 돋은 미루나무를 보았는가

가슴 치며 울기 좋은 나무를 보았는가

소리 내어 우는 나무를 보았는가

 

목덜미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몰아내려

크레파스로 미루나무를 그린다

응어리진 가슴에서 쫙쫙 분출되어

뻗쳐 올라간 분노는 가시 맺힌 가지가 되었다

마구잡이로 덧칠한 줄기,

육십을 넘긴 몸통은 아직도

종잡을 수 없는 혼돈과 분노의 빛깔이다

검은색, 붉은색 크레파스가

뚝뚝 부러지도록 정신없이 문질러댄다

지친 마음 벽에

한 그루의 늙은 나무가 완성되는 순간,

 

가시 박힌 이파리마다 붉은 눈물이 뚝, 뚝 떨어져

저녁노을로 깔린다

목덜미 울화가 꽉 막힌 변기 뚫리듯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