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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30> 사랑의 기술 2 -염화미소拈華微笑

작성일 : 2020.11.17 11:49 수정일 : 2020.11.17 12:47

사랑의 기술 2

-염화미소拈華微笑

                        

다방면에 재주가 뛰어난 황에게 결정적 흠이 하나 있었다. 나이 마흔이 넘도록 장가는커녕 마음먹고 접근하는 여자마다 족족 걷어 차였으니 연애 한번 못했다. 그렇다고 사내로서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통 이상의 외모에다 일류대 출신으로 요즈음 잘 나간다는 철밥통 직장까지 겸비한 사내이고 보면 팔방미인 굶어죽는다는 말이 빈말은 아닐 성싶을 정도였다.

나이가 들면서 그것은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그 방면에 고수를 자처하는 를 찾아갔다. ‘는 바둑에서 몇 점 깔고 두는 하수인지라 약간 내려 보고 있었다.

그러나 황은 체면 구겨가며 사들고 간 비싼 양주를 따라 올리면서 총각귀신 면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자네가 지금껏 뻐기고 다니는 바둑이 왜 하찮은 잡기인지 한 수 가르쳐 주지.”

하는 정말 고수가 하수를 대하듯 목소리를 착 깔며 말을 이었다.

수컷 원숭이의 프로포오즈는 거의 실수가 없네. 그것도 3초 이내에 상대 암컷이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일지를 정확하게 판단한다는 사실이야.”

맛있는 먹이로?”

자넨 그래서 여태 여자 손목도 못 잡아 본 하수야.”

사랑의 표현은 신체 모든 부분에서 발산된다네. 다만 그것을 보지 못할 따름이야. 그래서 그것을 보는 데는 급수가 있고 경지가 있는 것이지.”

황은 그의 말에 뭔가 기대감이 차오르는 것 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부처가 꽃을 집었는데 수제자 가섭만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었다는 염화미소란 말이 있네. 사랑에 빠진 여자는 마치 꽃을 집어든 부처와 같지.”

그 경지가 무엇인가?”

가장 낮은 단계는 언()이니, 곧 말로 알아채는 것이요, 그 다음이 이()이니, 곧 귀로 소리를 듣고 아는 것이요, 그다음이 목()이니, 곧 눈빛으로 아는 것이요, 그 다음이 구()이니 곧, 입술의 건습(乾濕)으로 아는 것이요, 그 다음이 비()이니 곧, 냄새로 파악하는 것이네.”

너무 어렵네. 좀 쉬운 경지가 없는가?”

사실 이목구비까지는 사이비 의사(意思)가 끼어 있어 실수가 많으니 보다 완벽한 경지가 따로 있네.”

그게 무엇인가?”

황은 바짝 다가앉았다.

(), 곧 털이네.”

터레기?”

황은 다시 실망한 듯 반문했다.

털은 곧, 감정의 촉()이니, 사랑을 파악하는데 털만큼 쉽고 완벽한 경지는 없네상대의 털을 손가락 끝으로 문질러보면 알 수 있지

그렇다면 원숭이와 털은 어떤 관계인가?”

조금 뜸을 들이던 하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갛다...”

황은 농담하는 줄 알고 약간은 멍하게 있었다.

원숭이는 털이 아니라 엉덩이 색깔에서 사랑을 감지한다는 말이네.”

, 고수님!”

황은 하에게 서슴없이 무릎을 꿇었다. <박명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