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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11.09 06:32 수정일 : 2020.11.29 01:08
울음통 /최서림
울룩불룩 균형이 안 잡힌 내 몸통에는
아담 이래 온갖 울음들이 꽉 들어차 있다.
술 취한 노아의 붉은 울음이 유전자로 내려오고 있다.
북방 초원의 밤바람소리 같은 울음이 알을 까고 있다.
황소같이 눈물 흘리는 아버지의 울음이 소리 죽이고 있다.
메마른 하천 밑을 흐르는 개울물 같은 어머니의 울음이
대를 이어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노란 리본이 별처럼 매달려 있는 부두에서
캄캄한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아버지들을 보면서도
울음이 터져 나오지 못해 숨이 턱, 턱, 막혀오는데,
가슴을 쥐어뜯으며 쏟아내어야만 살 것 같은데,
그 많던 눈물이 어디로 다 숨어버렸는지
꼬리조차 잡히지 않는다. 몸 안에서는
모래바람만 닳고 닳은 바위를 사납게 때린다.
새벽 비에 씻긴 쑥부쟁이, 구절초같이
내 영혼 드높게 씻겨줄 눈물은 다 어디로 갔는가.
밤새 머리가 빠개지도록 써낸 내 시에
아내 가슴 속 불덩이를 식혀줄 눈물이 들어있기나 한지.
하늘과 땅 사이를 헤매는 울음들이 눈물로 떨어져
제 갈 길 찾아갈 지도가 희미하게나마 들어있는지.
수 천 년을 두고 떨어진 눈물을 받아먹고 피어난,
쓸쓸해서 해맑은 가을 야생화 같은 시가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