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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읽기 8> 박청륭의 반딧불이

작성일 : 2020.11.04 09:15

반딧불이

 

박청륭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그 많은 별 반딧불일 주셨습니다.

온 하늘 뒤 덮은 별, 반딧불이가

봄 방학 마친 개학 첫날

대청소 때,

온천지 날아다니며

우리들 콧구멍으로 들어간 그 많은 먼지들

우리들 몸속에서도

깜빡 깜박 불빛을 밝히며 날아다닙니다.

그날 밤

우리들 달콤한 잠, 꿈 속에서도

환하게 밝혔습니다.

 

-문학과 창작2014년 가을호

 

* 박청륭; 계명대 교육학과 졸업, 1975현대문학으로 등단(김춘수 추천)

중등교직에 있다가 정년 퇴임, 시집 불의 가면, 사막은 고장이다, 황금전갈

백향목 십자가, 카인의 부적등이 있음.

 

원래 박 시인의 경향은 악마주의였다. 어떻게 보면 한국시단의 대표적인 악마주의 시인이며 다분히 서구적인 영향, 그 가운데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도 했다. 사실 악마주의는 근본적으로 기독교적 종말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박 시인의 시는 지금까지 숨어 있던 그의 기독교적 세계관이 노출되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최근의 경향에다 생태시의 경향까지 더하여진 작품이다. 반딧불이라는 도시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사물을 제재로 하여 그가 장기로 가지고 있는 환상적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반딧불이가 대청소 때 청소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먼지로 취환되기도 하였으나, 그것이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환상성을 극대화하여 꿈 속에서도 반딧블이가 등장하여 환하게 밝힌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긍정적이고 궁극적인 관심의 시를 많이 창작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