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작성일 : 2020.11.03 08:31 수정일 : 2020.11.04 09:29
직선과 곡선
작가 지망생이 글 잘 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지금 당장 친구들보다 더 잘 쓰고 싶은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를 물었다. "지금 잘 쓰면서 나중에도 더 잘 쓸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중에 대가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와인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페트뤼스'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결혼식과 대관식, 재클린이 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청혼을 받을 때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최고급 프랑스산 포도주다. 페트뤼스 와인은 한정 생산과 고가 판매로 상류사회의 사랑을 받는 '전설의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와인을 전설로 만든 사람은 베루에다. 그는 보르도대학 양조학과를 졸업하고 1964년부터 44년 동안 양조책임자로 있었다. 소유주가 그를 발탁한 과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양조기술을 배우러 갔는데 주인은 매주 화요일 1시간씩 6개월 동안 문학과 철학에 관한 질문만 했다. 주인은 양조 기술에 관해서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페트뤼스에서 일하겠느냐고 물어 놀랐다. 그 6개월이 '장기 면접시험'이었던 것"이라고 베루에는 회상했다. 훌륭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양조 테크닉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질문을 던졌다. 학생은 "다양한 주제의 책을 많이 읽어야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떠 오르는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음악이나 미술 같은 다른 장르 예술 작품에 대한 식견과 안목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더 생각해보라고 하니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많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학생이 질문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만큼 중요한 다른 것이 있습니까?" 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 인간 세상에 대한 남다른 이해력과 분석 능력이 있으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과 대화를 마치면서 학생이 훌륭한 작가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해 주며, 이 가을 온몸을 흠뻑 취하게 해줄 좋은 책을 골라 정독해 보라고 권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정해진 시간 안에 하나뿐인 정답을 구해야 하는 수능 시험이 아니다.
화가 훈데르트바서는 "직선에는 하느님이 없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빠른 길, 지름길을 찾는 사람이 아니고, 마음과 영혼을 움직일 수 있는 감동적인 표현법을 찾는 사람이다. 우회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좋은 표현이 나온다. '단숨에' '단칼에'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발상은 직선의 성급함과 조급함을 나타낸다. 직선은 일방적으로 밀고 당기고, 자르고 구분하려고만 한다. 세상의 아름답고 고귀한 것들 대부분은 직선보다 곡선이 많다. 우회의 여유가 많은 것을 담고 포용할 수 있다.
윤일현〈시인·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