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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10.27 07:16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면민
/박명호 소설가
그 시절 가설극장이 오면
장터 우시장에 천막을 치기도 전에
확성기를 단 구루마(달구지)가
먼저 골목골목을 누빈다.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00면민 여러분...”
우리는 돈이 없어 영화를 볼 수 없지만
괜스레 들떠서 구루마를 따라다녔다.
심지어 장터를 떠나 십 리 밖 자갈길
뽀얗게 먼지 덮어쓰고도 따라다녔다.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우리들은 확성기 멘트를 따라했다.
한 명씩 혹은 합창으로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면민여러분>을 따라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면민>이란 것을
뒷날 그것도 한참 뒷날 알았다.
내가 한참 늦게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도대체 그런 벽지 촌사람들에게 <문화 예술>을 사랑한다는 것은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