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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10.26 02:28
향악의 악조
<제민이 /가곡전수자>
악학궤범 1권 서두에 등장하는 60조는 아악의 악론입니다. 그런데 향악의 악조는 아악과 다릅니다. 향악(鄕樂)이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사용하던 궁중음악의 한 갈래이며, 삼국시대에 들어온 당나라 음악인 당악(唐樂)과 고려 때에 들어온 아악과 구별되는 한국고유의 음악을 말합니다. 향악을 중국의 아악보다 낮다고 하여 속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악학궤범 1권의 끝에서 속악의 조를 설명합니다. 오늘은 향악 악조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향악에서 조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향악에서 조는 너무나 다양한 의미로 쓰여 혼동하기 쉽습니다. 첫째, 향악의 조는 선법의 의미로 쓰입니다. 아악의 선법은 궁조, 상조, 각조, 치조, 우조입니다. 반면 향악의 선법은 평조와 계면조 두 개입니다. 평조는 아악의 치조, 계면조는 아악의 우조와 음계가 같습니다. 악학궤범은 분명히 이렇게 말합니다. “오조 중 치조는 속악에서는 평조이고, 우조는 속악에서는 계면조이다.”(1) 그런데 그 둘이 차이가 있다는 점도 뒤에 나옵니다.
둘째, 중심음의 음고에 따라 조가 나뉩니다. 이렇게 분류되는 조를 지(指)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중심음의 음고가 낮는 지(指)들을 묶어 낙시조(樂時調), 높은 指들을 묶어 우조(羽調)라고 합니다. 여기서 우조는 아악의 우조와 다른 의미입니다. 낙시조는 낮은 조라는 우리말을 한자로 표기한 것인데, 선조 이후로는 평조(平調)라고 합니다(2). 평조는 보통 높이의 조라는 의미이고, 우조는 웃조의 한자 표기입니다. 여기서 평조는 선법의 평조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중심음이 고선이면 1지, 중려이면 2지, 임종이면 3지, 남려이면 4지 또는 횡지입니다. 이 넷을 낙시조라고 합니다. 그리고 중심음이 무역이면 5지 또는 우조, 청황종이면 6지 또는 팔조, 청태주이면 7지 또는 막조입니다. 4지(횡지)와 5지(우조), 6지(팔조), 7지(막조)를 우조라고 합니다. 우조는 5지의 속칭이기도 하고, 낙시조와 대비되어 중심음이 높은 4개 지를 총괄하는 명칭입니다. 5지의 속칭인 우조는 높다는 의미의 웃조일 것이며, 6지의 속칭 팔조(八調)는 팔팔하다는 의미, 7조의 속칭 막조(邈調)는 막막하여 멀다는 의미를 한자로 표기한 것입니다.
낙시조( 선조이후로는 평조) ---- 1지, 2지,3 지, 4지(횡지)우조---4지(횡지), 5지(우조), 6지(팔조), 7지(막조)
셋째 악곡의 속도에 따라 조가 나뉩니다. 만조(慢調)는 느린 조이며, 평조(平調)는 보통 빠르기이고, 삭조(數調)는 빠른 조입니다. 여기의 평조는 아악의 치조에 해당하는 평조, 그리고 낮은 음이 중심음이란 의미의 평조와 구별됩니다.
향악의 악조는 원래 14조이다.
아악의 악조는 12율이 각각 5조를 취하여 모두 60조입니다. 향악은 평조와 계면조가 7지를 취하여 모두 14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악기는 거문고, 가야고, 향피리, 대금 등은 한 옥타브 안에 12율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악기 구조상 14조가 충분히 활용될 수 없었습니다. 낮은 조(낙시조, 선조 이후의 평조)에서는 3지인 임종 평조와 임종 계면조가, 웃조(우조)에서는 6지인 황종 평조와 황종 계면조의 4조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습니다(3). 그래서 조선 중기 이후에 ‘평조 계면조’의 영산회상은 낮은 조의 계면조 즉 임종을 중심음으로 하는 계면조입니다. 장 사훈 교수는 이것을 그냥 ‘평조회상’이라고 부르면 애매하니 ‘임종 평조’ 라고 불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우조 평조의 가곡은 웃조 평조 즉 황종을 중심음으로 삼는 평조입니다. 이것을 그냥 우조라고 부르면 역시 악조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악곡은 ‘황종 평조’라고 부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우조 계면조’의 가곡은 웃조 계면조이니 황종 계면조의 가곡입니다.
아악 악조와 향악 악조의 차이
선법의 의미에서 평조와 계면조는 아악의 치조와 우조라고 악학궤범은 말합니다. 그러나 향악의 두 악조가 치조, 우조와는 다른 점도 있다는 것을 악학궤범을 지적합니다(4).
첫째, 아악은 궁, 상, 각, 변치, 치, 우, 변궁의 7음을 사용하지만 향악은 변치와 변궁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향악은 5음만으로 악곡을 만듭니다.
둘째, 궁은 아악에서는 기준음인데, 향악에서는 악곡의 중심음을 궁이라고 부릅니다. 아악에서 기본음은 음계의 기저입니다. 궁, 상, 각, 변치, 치, 우, 변궁의 음계에서 기준음(기본음)은 궁입니다. 중심음은 악곡을 시작하고 종지하는 음입니다. 궁조는 궁이, 상조는 상이, 각조는 각이, 치조는 치가, 우조는 우가 중심음입니다. 향악에서 궁은 기본음이 아니라 중심음이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세 번째, 아악에서는 중심음이 악곡에서 가장 낮지만, 향악에서는 중심음이 음계의 중앙에 위치합니다. 악학궤범에서는 향악은 중성(中聲)이 궁이라고 지적하는 데, 이 말은 그 궁이 음열의 중간에 위치하는 중심음이라는 의미입니다(5). 아악의 궁조는 궁-상-각-변치-치-우-변궁-궁, 상조는 상-각-변치-치-우-변궁-궁-상, 각조는 각-변치-치-우-변궁-궁-상-각, 치조는 치-우-변궁-궁-상-각-변치-치, 우조는 우-변궁-궁-상-각-변치-치-우로 음들이 쌓여 있습니다. 반면 향악의 평조는 아악의 치조에 해당하니, 치로 시종하며, 치는 중앙에 오는 중간음입니다. 그리고 변치와 변궁을 쓰지 않으므로 이런 식으로 음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우-궁-상-각-치-우-궁-상-각
아악에서 궁과 상 사이의 간격은 2율, 상과 각의 간격은 2율, 각과 변치의 간격은 2율, 변치와 치의 간격은 1율, 치와 우의 간격은 2율, 우와 변궁의 간격은 2율, 변궁과 궁의 간격은 1율입니다.

그런데 향악은 두 변음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음의 간격에서 1율 차이는 없고 대신 3율 차이가 생깁니다. 궁과 상은 2율, 상과 각은 2율, 각과 치는 3율, 치와 우는 2율, 우와 궁은 3율입니다.

각과 치의 간격이 3율인 이유는 그 사이에 변치가 없어져서 그런 것이고, 우와 궁의 간격이 3율 차이인 이유는 그 사이에 변궁이 사라져서 그런 것입니다.

향악의 평조는 치가 중심음이며 중간음입니다. 만약 ‘임종 평조’라면 임종이 중심음이며 ‘치’이니 율명은 이렇게 될 것입니다. 남려(우)-황종(궁)-태주(상)-고선(각)-임종(치)-남려(우)-청황종(궁)-청태주(상)-청고선(각)
향악의 계면조는 우가 중심음이며 중간음입니다. 음은 이렇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궁-상-각-치-우-궁-상-각-치. 만약 ‘임종 계면조’라면 임종이 중심음이며 ‘우’이니 율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역(궁)-황종(상)-태주(각)-중려(치)-임종(우)- 무역(궁)- 청황종(상)- 청태주(각)-청중려(치).
향악에서 궁은 중심음이며 중간음입니다. 중심음이라는 것은 악곡을 시종한다는 의미이며, 중간음이라는 것은 음렬의 중앙에 위치한다는 뜻입니다. 향악은 궁의 실체가 아악과 다르므로 이점은 잘 표현하는 새로운 악보가 고안되었습니다. 이것을 오음약보라고 부르는데, 악학궤범에서는 상하지법(上下之法)이라고 부릅니다. 오음약보는 중심음을 궁이라고 하고, 그 보다 높은 음을 올라가는 순서대로 상1, 상2, 상3, 상4, 상5, 그리고 궁 보다 낮은 음을 내려가는 순서대로 하1, 하2, 하3, 하4, 하5라고 표기합니다. 이것을 낮은 음부터 배열하면 이렇게 됩니다. 하5-하4-하3-하2-하1-궁-상1-상2-상3-상4-상5. 하5는 한 옥타브 낮은 궁, 즉 탁성의 궁이며, 상5는 한 옥타브 높은 궁, 즉 청성의 궁입니다.
평조와 계면조의 음계
평조와 계면조는 음계를 구성하는 5음의 간격이 서로 다릅니다. 평조에서 궁과 상1은 2율 차이이지만, 계면조에서는 3율 차이입니다. 반면 평조에서 궁과 하1사이는 3율 차이이지만, 계면조에서는 2율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임종 평조’를 오음약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5(탁임종)-하4(탁남려)-하3(황종)-하2(태주)-하1(고선)-궁(임종)-상1(남려)-상2(청황종)-상3(청태주)-상4(청고선)-상5(청임종).
탁임종은 한 옥타브 낮은 임종, 청임종은 한 옥타브 높은 임종을 가리킵니다. 평조는 아악의 치조이니 궁은 아악의 치에 해당합니다. 궁과 상1은 아악에서 치와 우의 관계이므로 2율 차이, 상1과 상2는 아악에서 우와 궁의 관계이므로 3율 차이, 상2와 상 3는 아악에서 궁과 상의 관계이므로 2율 차이, 상3과 상4는 아악에서 상과 각의 관계이므로 2율 차이, 상4와 상5는 아악에서 각과 치의 관계이므로 3율 차이입니다.
향악의 평조는 치가 중심음이며 중간음입니다. 만약 ‘임종 평조’라면 임종이 중심음이며 ‘치’이니 율명은 이렇게 될 것입니다. 남려(우)-황종(궁)-태주(상)-고선(각)-임종(치)-남려(우)-청황종(궁)-청태주(상)-청고선(각)
향악의 계면조는 우가 중심음이며 중간음입니다. 음은 이렇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궁-상-각-치-우-궁-상-각-치. 만약 ‘임종 계면조’라면 임종이 중심음이며 ‘우’이니 율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역(궁)-황종(상)-태주(각)-중려(치)-임종(우)- 무역(궁)- 청황종(상)- 청태주(각)-청중려(치).
향악에서 궁은 중심음이며 중간음입니다. 중심음이라는 것은 악곡을 시종한다는 의미이며, 중간음이라는 것은 음렬의 중앙에 위치한다는 뜻입니다. 향악은 궁의 실체가 아악과 다르므로 이점은 잘 표현하는 새로운 악보가 고안되었습니다. 이것을 오음약보라고 부르는데, 악학궤범에서는 상하지법(上下之法)이라고 부릅니다. 오음약보는 중심음을 궁이라고 하고, 그 보다 높은 음을 올라가는 순서대로 상1, 상2, 상3, 상4, 상5, 그리고 궁 보다 낮은 음을 내려가는 순서대로 하1, 하2, 하3, 하4, 하5라고 표기합니다. 이것을 낮은 음부터 배열하면 이렇게 됩니다. 하5-하4-하3-하2-하1-궁-상1-상2-상3-상4-상5. 하5는 한 옥타브 낮은 궁, 즉 탁성의 궁이며, 상5는 한 옥타브 높은 궁, 즉 청성의 궁입니다.
평조와 계면조의 음계
평조와 계면조는 음계를 구성하는 5음의 간격이 서로 다릅니다. 평조에서 궁과 상1은 2율 차이이지만, 계면조에서는 3율 차이입니다. 반면 평조에서 궁과 하1사이는 3율 차이이지만, 계면조에서는 2율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임종 평조’를 오음약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5(탁임종)-하4(탁남려)-하3(황종)-하2(태주)-하1(고선)-궁(임종)-상1(남려)-상2(청황종)-상3(청태주)-상4(청고선)-상5(청임종).
탁임종은 한 옥타브 낮은 임종, 청임종은 한 옥타브 높은 임종을 가리킵니다. 평조는 아악의 치조이니 궁은 아악의 치에 해당합니다. 궁과 상1은 아악에서 치와 우의 관계이므로 2율 차이, 상1과 상2는 아악에서 우와 궁의 관계이므로 3율 차이, 상2와 상 3는 아악에서 궁과 상의 관계이므로 2율 차이, 상3과 상4는 아악에서 상과 각의 관계이므로 2율 차이, 상4와 상5는 아악에서 각과 치의 관계이므로 3율 차이입니다.

그리고 궁과 하1은 아악에서 치와 각의 관계이므로 3율 차이, 하1과 하2는 아악에서 각과 상의 관계이므로 2율 차이, 하2와 하3은 상과 궁의 관계이므로 2율 차이, 하3과 하4는 궁과 우의 관계이므로 3율 차이, 하4와 하5는 우와 치의 관계이므로 2율 차이입니다.

그리고 ‘임종 계면조’를 오음 약보로 표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5 탁임종-하4 탁무역-하3 황종- 하2 태주-하1 중려-궁 임종-상1 무역-상2 청황종-상3 청태주-상4 청중려-상 5 청임종.
계면조은 아악의 우조이니, 궁은 아악의 우에 해당합니다. 궁과 상1은 아악에서 우와 궁의 관계이니 3율 차이, 상1과 상2는 아악에서 궁과 상의 관계이니 2율 차이, 상2와 상3은 상과 각의 관계이니 2율 차이, 상3과 상4는 각과 치의 관계이니 3율 차이, 상4와 상5는 치와 우의 관계이니 2율 차이입니다.

궁과 하1은 아악에서 우와 치의 관계이니 2율 차이, 하1과 하2는 치와 각의 관계이니 3율 차이, 하2와 하3은 각과 상의 관계이니 2율 차이, 하3과 하4는 상과 궁의 관계이니 2율 차이, 하4와 하 5은 궁과 우의 관계이니 3율 차이입니다.

시용향악보의 악곡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 향악의 악보를 기록한 악보집입니다. 이 책은 조선 중종대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책에는 고려와 조선 초기의 향악곡 26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표시가 없는 한곡을 제외하곤 모든 곡의 악조는 평조나 계면조로 되어 있습니다(6). 대개의 향악곡은 구성음이 궁을 중심으로 위로는 상2까지 그리고 아래로는 하3까지 집중되어 있습니다. 궁은 중간이며 출현빈도도 제일 많습니다. 귀호곡(歸乎曲)은 평조입니다. 이 곡에서 궁은 10번 출현하는데 반해, 하5, 하4, 상3은 단 1회 출현합니다. 서경별곡은 평조입니다. 이 곡에서 궁은 24번 출현하며 하4,하5는 한 두번 출현하며, 상3이상의 음은 아예 쓰이지 않습니다.
시용향악보는 향악 악조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악곡의 악조는 평조와 계면조 밖에 없고, 악곡의 궁은 중성(中聲)입니다. 악학궤범에서 지적되어 있듯이 향악의 평조와 계면조는 궁을 최저음으로 쌓은 음계가 아니라, 궁을 가운데 두고 아래 위로 음이 구성되어 음역이 대체로 하2에서 상2까지의 음계입니다.
정리하면 향악 악조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향악은 5음만을 사용합니다. 둘째, 향악은 선법이 평조와 계면조 두 개입니다. 평조는 아악의 치조이며, 계면조는 아악의 우조입니다. 셋째, 향악의 궁은 중심음이며 중간음입니다.
(1)五調之內徵調, 卽俗所用平調也. 羽調 卽俗所用界面調也. (악학궤범 1권).
(2)장사운. 최신 국악총론. 세광음악출판사.1985 초판, 1988년 5판. 74쪽.
(3)장사운. 위의 책. 77-78쪽
(4)雅樂之宮 用七音宮商角變徵徵羽變宮. 俗樂之均 不用二變 只用五音 以淸濁之間中聲爲宮. 自宮向淸 則商角徵羽漸次而高. 自宮向濁 則羽徵角商漸次以下.
아악의 궁은 7음인 궁, 상, 각, 변치, 치, 우, 변궁을 사용한다. 속악의 균은 2변을 사용하지 않고 5음만 사용하는 데 청성과 탁성 사이의 중성이 궁이 된다. 중성의 궁으로부터 소리가 맑은 쪽으로 향하면 상, 각, 치, 우, 순으로 음이 점차 높아지고, 중성의 궁으로부터 소리가 탁한 쪽으로 향하면 우, 치, 각,상의 순으로 음이 점차 낮아진다.
(5)황준연. 한국 전통 음악의 악조.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초판 1쇄 2005. 초판 3쇄 2012. 3-4.
(6)황준연. 위의 책.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