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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10.15 02:14 수정일 : 2020.10.15 02:19
나무의 이름
신 진
나무의 이름은
봄볕
숲 해설사께선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의
가지의 결과 꽃잎의 수를 구분하고
탐방객들은 좌뇌 깊이
종과 목과 이름 새기고 지나가는데
그래도 내 이름은 봄볕,
어깨에 손등에 사타구니에
나무는 아른아른 제 이름을 새긴다
나무의 이름은
바람소리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탐방객들은 대뇌피질 타전 후 지나가는데
나무는 새순 오물오물, 나긋나긋 손을 흔들며
내 이름은 바람소리
제 이름을 말한다
다른 음역(音域)에서 빛나는
나무의 이름
볕의 주문(呪文)이다가 바람의 유혹이다가
그늘의 서늘함, 뜨거운 함성이기도 하다
탐방객들은 나무의 이름을 찾아 나무의 곁을 떠나가고
나무는 남아서
시시각각 탈바꿈하는 제 이름을 읊조린다
-《시문학》2013년 10월호-
신진;《시문학》천료(1974-76)시집『풍경에서 순간으로』(2010 북인)등 7권
연구 논저『우리시의 상징성 연구』 등 8권, 시문학상,봉생문화상, 부산시문화상 등 수상
현재 동아대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요즈음 생태시에 관심이 있는 신진 시인의 최근작이다. 그러면서 문명비판적인 태도도 가지고 있다.
평소에 즐겨 쓰던 비유나 상징을 통한 이미지의 형상화는 많이 보이지 않지만 생태시로서의 메시지는 잘 형상화되어 있다. 숲은 숲으로 그냥 두어야 할 터인데 인간들이 탐방로다 생태체험이다 하여 숲을 사랑하기보다 학습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생태주의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숲에게 필요한 것은 ‘봄볕’이요 ‘바람’인 것이다. 그 밖에 참으로 필요한 것들을 ‘다른 음역’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하면서 못마땅함을 최소화 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을 조절한 어조가 특히 돋보인다.*<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