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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10.13 06:35
돈돈 2 /박명호 소설가
간절히 원하는 바를
끈기로 버티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위대한 철학을
나는 일곱 살 어린 나이에 몸으로 터득했다.
간밤에 눈이 많이 왔어도 설날 대목장엔 사람들로 붐볐다. 어떤 청년이 그 복잡한 사람들 사이에서 뽐내듯이 동전을 저글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이상하게도 동전 여러 개를 연이어 던지면서 받아내는 묘기보다 동전 하나를 꼭 떨어뜨릴 것 같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람 사이를 헤치며 그 청년을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나 청년은 좀처럼 동전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동전에 대한 나의 이상한 집착도 만만치 않았다.
얼마나 따라다녔을까. 결국 청년이 동전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나는 얼른 그 동전을 발로 밟고는 가만히 서 있었다. 다행히 장바닥에는 눈이 깔려 있어서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동전 하나가 떨어진 것도 모르는 청년이 사람들 사이로 사라질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마치 진지를 고수하는 병사처럼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을 떼지 않고 꼿꼿하게 버티고 있었다.
아, 눈 묻어 차가운 그 동전을 손에 넣었을 때 마침내 내 스스로 이뤄낸 그 성취감은 세상을 다 품은 것 같았다.
조금은 시근이 들어서 한 생각이지만 어쩌면 청년이 동전을 일부러 떨어뜨렸을지도 모른다. 동전 하나를 가지기 위해서 너무나 간절하게 따라다니는 꼬마가 애처로워서 하나를 슬쩍 떨어뜨린 게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