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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읽기 4> 강은교의 바리연가, 푸른 소매

작성일 : 2020.10.09 05:51 수정일 : 2020.10.09 06:04

바리 연가, 푸른 옷소매

강 은 교

 

모퉁이에 그 집은 있었네

넓은 푸른 색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볼이 발그레한 금빛 소녀가 뛰어나와 나를 맞곤 했지

마리 마리

푸른 옷소매 지구처럼 날리던.

 

그러던 어느 날

나 적막해져 다시 갔을 때

푸른 옷소매

모퉁이는 사라져 버렸어

푸른 옷소매

모퉁이로 가던 자갈길도 없어져 버렸어

바리 바리

지구처럼 동그랗던

저물녘 지구처럼 볼이 바알갛게 물들던.

- 작가세계2013년 가을호-

<약력>

강은교;1968사상계로 등단, 시집 허무집』 『빈자일기』 『초록거미의 사랑』 『풀잎등이 있으며,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등 수상,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동아대 문창과에서 정년퇴임 후 부산의 유명 사찰인 범어사 바로 앞 동네 금정산 기슭에서 시작과 사색에 몰입하고 있는 강은교 시인의 최신작이자, <바리연가>라는 연작시 가운데 하나이다.

바리라는 인물은 우리 나라의 전승 서사무가에 나오는 바리공주혹은 바리데기 공주에서 차용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과 같이 발표된 <바리연가,비탈>과 함께 읽어 보면 바리는 화자 나가 사랑하는 소녀로 시의 청자가 되어 있다. 그리고 바리는 어쩌면 시인 자신의 페르소나라는 느낌이 든다.

이 작품에서는 시간의 덧없음과 시간에 따른 사물의 사라짐을 환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시에서 풍기는 정서는 그의 초기시에서 볼 수 있는 허무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절망적이 아니라 따뜻함을 동반하고 있다.*<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