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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9.19 09:40
봄눈
/송 영 택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여
꽃이 모두 씨를 남기는 것은 아니다
스산하게 매지구름이 모여들어도
그것이 다 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렵게
서럽게
세상 살았다 하여
흔적을 남겨야하는 것은 아니다
살았다는 것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굳이 무엇을 남긴다면
그것은
덧없이 내리는 봄눈 같아서
닿기도 전에 녹아 내린다
-<시집『너와 나의 목숨을 위하여』(2012.3) 수록>
<송영택 약력>
1933년 부산 출생
1951년 제2회 개천예술제 한글시 백일장 장원
1953년 《문예》 추천, 1956년 《 현대문학》천료
서울대 독문과 졸업, 독일 시집과 산문집 번역
한국문협 외국문학분과 위원장 역임
2012년 3월 시집 『너와 나의 목숨을 위하여』 발간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재를 떨쳐 1951년 제 2회 개천예술제( 그당시의 명칭은 영남예술제임)한글시 백일장 장원을 하였던 송영택 시인은 1953년서울대 독문과 재학중 6·25 전쟁의 와중에 순조롭게 발간 못한 《문예》에 1,2회의 추천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문예》는 종간되고 1956년 《현대문학》에 3회 추천을 거쳐 시단에 등단한다. 그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 심취하여 독문과를 진학하여 졸업한 관계로 그 동안 번역문학자로 더 이름을 떨쳤다. 2012년 3월 8순의 나이로 첫시집『너와 나의 목숨을 위하여』를 엮었다. 그 가운데 <봄눈>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인 작품이다.
지나온 삶에 담담한 태도를 봄눈을 비유로 하여 형상화한 이 작품은 삶에 대하여 허무의식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어렵고 서러운 삶이라도 흔적을 남기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라 마치 봄에 내리는 눈처럼 땅에 닿기도 전에 사라진다는 인식은 그의 80 평생을 사아온 삶에 대한 솔직하고 순수한 고백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 시인의 삶에 대한 관조는 비단 시인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리라.*<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