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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8.23 09:52 수정일 : 2020.08.23 10:19
팔음(八音)과 팔풍(八風), 그리고 팔절후(八節候)
-<<악학궤범>> 1권 팔음도설(圖說)
오케스트라의 매력은 여러 가지 악기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는 주로 관악기와 현악기로 이루어져 관현악단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타악기도 편성되어 있으며, 가끔 피아노나 첼레스타(celesta) 같은 건반악기도 등장합니다.
서양악기는 연주법으로 분류합니다. 즉 연주하는 방법에 따라서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로 나뉘는 것입니다. 현악기는 악기에 현이 달려서 손으로 뜯거나 튕기거나 활대로 문질러서 연주합니다. 관악기는 악기를 가로 또는 세로로 세워서 입으로 불어서 연주합니다. 타악기는 손 또는 채를 사용하여 두드리거나 치면서 연주합니다.
그런데 국악의 악기는 연주법이 아니라 악기의 재료로 분류합니다. 악기를 만드는 재료는 8개입니다. 금(金), 석(石), 사(絲), 죽(竹), 포(匏), 토(土), 혁(革), 목(木). <<악학궤범>> 팔음도설(八音圖說) 편은 <<악서>>(樂書) 를 인용하여 8가지 악기가 내는 8음과 자연 사이의 연관을 설명합니다. 동양 사람들이 악기를 이렇게 재료로 분류하는 이유는 악기의 소리는 연주법이 아니라 악기의 재료가 결정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악기의 8가지 재료는 여덟 가지 소리, 즉 팔음을 생성합니다.
첫째 금성(金聲)은 쇠붙이로 만든 악기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편종, 특종, 방향, 나발, 징은 쇠를 주조하여 만든 악기 입니다.
편종(編鐘)은 고려 예종 11년(1116)에 송나라로 부터 수입되었습니다. 세종은 박연을 시켜 12율관을 제작한 후 한양에 주종소(鑄鐘所)를 두고 새 편종을 만들었습니다. 그림의 편종은 세종 11년(1429)에 제작된 것입니다. 편종의 종 12개는 크기는 다 같지만 두께는 서로 달라 음고(音高)의 차이를 만듭니다. 종 16개는 위·아래 두 단으로 된 나무틀(架子)에 8개씩 걸려 있습니다. 종 16개는 정성(正聲) 12율과 4청성(四淸聲)을 소리 냅니다. 정성이란 황종부터 응종까지 12율이며, 4청성은 청황종, 청대려, 청태주, 청협종 등 한 옥타브 높은 음 입니다.
그림 . 편종((編鐘)
특종(特鐘))은 단 한 개의 종으로 된 악기인데, 편종(編鐘)과 같은 부류의 중국 고대 타악기입니다. 조선 세종 때 박연(朴堧)은 아악을 정비할 때 특종을 만들어 궁중 아악에 사용했습니다. 특종은 황종(黃鐘) 음을 냅니다.
방향(方響)은 고려 시대 이후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당악기인데, 철향(鐵響), 철방향(鐵方響)이라고도 합니다. 강한 쇠붙이로 만든 16개의 철판을 틀에 달아놓고 편종과 편경 대신으로 씁니다. 철판의 크기는 같고 그 두껍고 얇은 차이에 의해서 음이 높고 낮아집니다.
나발(喇叭)은 쇠붙이로 만든 긴 대롱을 입으로 불어 소리 내는 악기입니다. 나발은 지공(손가락으로 막고 여는 구멍)이 없어 한 음을 길게 부는 것이 보통입니다. 현재 나발은 장구, 북, 징, 태평소, 자바라 등과 함께 대취타에 편성되어 있습니다. 대취타는 부는 악기인 취(吹)악기와 때리는 악기인 타(打)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뜻에서 ‘대취타(大吹打)’라는 곡명이 붙여졌습니다. 이 음악은 임금이 성문 밖이나 능(陵)으로 행차할 때, 혹은 군대의 행진과 개선 행사 그리고 궁중무용의 반주 음악에 사용되었습니다. 최근“대취타”는 BTS의 멤버 슈가의 노래 ‘대취타’에 사용되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둘째 석성(石聲)은 돌로 만든 악기에서 나온 소리입니다. 옥돌을 깎아 만든 편경과 특경이 석성의 음을 냅니다. 편경(編磬)은 고려 예종 11년(1116년)에 송나라에서 고려로 수입되었으며, 편종(編鐘)과 함께 아악을 대표하는 상징적 악기입니다. 편경은 청아한 음색이 특징이며, 편종처럼 16음을 낼 수 있으나 편종보다 한 옥타브 높은 소리를 냅니다. 편경의 재료인 경석은 석회암과 대리석이 섞인 옥의 일종으로, 국내에서는 양질의 경석을 구할 수 없어서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했습니다. 흙으로 구운 와경(瓦磬)이나 도경(陶磬)을 경석의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재료로는 음정을 제대로 조율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세종 7년, 1425년, 경기 남양, 현재의 수원 · 화성 지역에서 양질의 경석이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세종은 박연(朴堧, 1378~1458)과 맹사성(孟思誠, 1360~1438) 등에게 지시하여 주종소를 설치하고, 중국의 편경보다 훨씬 정확한 음고의 편경을 제작하였습니다.
셋째, 사성(絲聲)은 실로 만든 악기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금, 슬, 거문고ㆍ가야금은 명주실을 재료로 만든 악기입니다. 금(琴)은 7개의 현으로 된 금이라는 뜻에서 칠현금이라 부릅니다. 금은 중국에서 전래된 악기인데, 중국 순임금 때에 오현(五絃)의 금이 있었고, 주나라 문왕과 무왕이 각각 문현(文絃)과 무현(武絃)을 한 줄씩 더하여 칠현의 금이 되었다고 합니다.
셋째, 사성(絲聲)은 실로 만든 악기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금, 슬, 거문고ㆍ가야금은 명주실을 재료로 만든 악기입니다. 금(琴)은 7개의 현으로 된 금이라는 뜻에서 칠현금이라 부릅니다. 금은 중국에서 전래된 악기인데, 중국 순임금 때에 오현(五絃)의 금이 있었고, 주나라 문왕과 무왕이 각각 문현(文絃)과 무현(武絃)을 한 줄씩 더하여 칠현의 금이 되었다고 합니다.
슬(瑟)은 중국 고대 악기 중의 하나이며 줄은 25현입니다. 25현 중 중앙에 위치한 제13현은 윤현(閏絃)이라 하며 쓰지 않고, 제1현에서 제12현까지 12현은 12율을 갖추고, 제14현에서 제25현까지 12현은 한 옥타브 위로 조율합니다. 슬은 금(琴)이라는 악기와 늘 같이 연주됩니다. 사이좋은 부부를 가리켜 ‘금슬이 좋다’라고 하는데 이 말은 여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넷째, 죽성(竹聲)은 대나무로 만든 악기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대금ㆍ피리ㆍ단소ㆍ소금ㆍ약(籥) 등이 죽성 악기입니다. 약은 단소처럼 세로로 불며 취구 1개와 지공 3개가 있습니다. 이것은 고려 예종 11년(1116년)에 송(宋)으로부터 들어와서 현재 문묘제례악에서 연주됩니다. 또한 종묘제례와 문묘제례에서 문무(文舞)를 출 때, 무원(舞員)들이 왼손에 드는 소도구로도 사용됩니다.
다섯째, 포성(匏聲)은 바가지로 만든 악기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생황(笙簧)은 공명통에 13에서 36개의 죽관을 끼워 넣은 모양입니다. 관의 개수에 따라 13개는 화(和), 17개는 생(笙), 36개는 우(竽)라고 이름을 구별했으나, 지금은 통틀어 ‘생황(笙簧)’이라 합니다. 본래 공명통의 재료가 ‘박’이지만, 일정한 크기의 박을 구하기가 어려워 나무나 쇠로 대용합니다.
여섯째, 토성(土聲)은 흙을 구워 만든 악기가 내는 소리입니다. 관악기인 ‘훈’(壎)과 타악기인 ‘부’(缶)가 토성 악기입니다. 훈(壎)은 큰 홍시 모양인데, 취구(吹口)는 몸통의 위에, 다섯 개의 지공(指孔)은 몸통에 뚫려 있습니다. 다섯 지공을 다 막고 불면 황종(黃鍾)을 얻고, 다 열면 응종(應鍾)을 얻습니다.
부(缶)는 지름이 32cm, 높이가 23cm 정도 되는 질화로 모양의 타악기입니다. 24cm 정도 높이의 조그만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대나무 채로 칩니다. 채는 손잡이 부분을 제외한 아래쪽이 아홉 가닥으로 갈라져 있으며 연주자는 이 채로 부(缶)의 위쪽 가장자리를 칩니다.
일곱째, 혁성(革聲)은 가죽을 씌워 만든 악기가 내는 소리입니다. 장구와 좌고, 절고 외에도 수많은 북 종류가 혁성 악기입니다. 좌고(座鼓)는 북을 나무틀에 걸어 놓고 앉아서 칩니다. 절고(節鼓)는 네모난 받침대 위에 북을 비스듬히 놓고 칩니다.
여덟 번째, 목성(木聲)은 나무로 만든 악기가 내는 소리입니다. 축(柷)과 어(敔)는 목성악기
입니다. 축은 사각의 나무 절구통처럼 생긴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축은 아악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데, 항상 음악의 종지를 알리는 어(敔)와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축은 양(陽)을 상징하여, 동쪽에 놓이고 축의 겉면은 동쪽을 상징하는 청색입니다.
어(敔)는 엎드린 호랑이의 모습으로 나무를 깎아 만든 악기입니다. 호랑이의 등에는 등줄기를 따라 꼬리 부분까지 27개 톱니를 길게 박아 놓았습니다. 둥근 대나무 끝을 아홉 갈래로 쪼갠 채로 호랑이의 머리를 세 번 치고는 꼬리 쪽으로 한 번 훑어 내립니다. 이러기를 세 번 하여 음악의 끝을 장식합니다. 의식음악을 연주할 때 축은 음악의 시작을 알리므로 동쪽에 놓고, 어는 음악의 끝을 알리므로 서쪽에 놓습니다.
동양음악에서 악기는 연주법이 아니라 재료를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그 이유는 연주법보다는 악기의 재료가 악기의 소리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편종은 타악기이며 나발은 관악기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쇠로 만든 것이므로 금성(金聲)을 냅니다.
금성은 잘 울려 퍼지는 소리(春容)라고 <<악서>>는 지적합니다. 편종과 나발 소리는 우렁차게 가을 하늘로 울려 퍼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금성은 계절로는 추분(秋分)의 소리이며, 바람으로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서풍입니다. 서풍은 차갑고 냉정한 금속의 느낌과 부합 하므로, 오행으로는 금(金)이고, 금속은 낙엽이 지는 황량한 가을의 느낌이 납니다. 악서는 이런 식으로 팔음(八音)을 팔풍(八風)과 연결합니다.
금성(金聲)이 서풍이며 가을의 소리라면 봄의 소리는 무엇일까요? 봄은 초목이 자라므로 방향으로는 동쪽이며 오행으로는 목(木)입니다. <<악서>>는 죽성(竹聲)이 동풍의 소리라고 합니다. 대나무로 만든 악기에서 나는 소리는 맑고 높으니(淸越) 봄의 생기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죽성은 춘분(春分)의 음이며, 동풍의 소리입니다.
남풍은 사성(絲聲)입니다. 거문고와 가야금 소리는 가늘고(纖微) 애처롭습니다(哀). 남쪽은 계절이 여름이며 오행은 화(火)입니다. 섬세하고 슬픈 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리게 하니까 불의 느낌을 고대 중국인은 받았던 것 같습니다. 사성(絲聲)은 하지(夏至)의 음이며 남풍의 소리입니다.
북풍은 혁성(革聲)입니다. 가죽으로 만든 북이나 장구는 크고(隆大) 시끄럽습니다(讙). 북쪽은 계절로는 겨울입니다. 겨울은 눈과 얼음의 계절이고, 눈과 얼음은 물이니 겨울은 오행으로는 수(水)입니다. 고대 중국인은 크고 시끄러운 죽성 악기의 소리에서 북쪽의 눈과 얼음을 생각한 듯 합니다. 그래서 혁성은 동지(冬至)의 음이며, 북풍의 소리입니다.
편경은 석성(石聲)입니다. 편경 소리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일어나나요? 옛날 사람들은 편경소리에서 가볍게(磬)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을 받은 듯 합니다. 이 느낌에 어울리는 방향은 서북풍입니다. 우리가 편경 소리를 들으며 늦가을 서북풍의 맑고 쌀쌀한 기운을 느낀다면 고대인의 감성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석성은 계절로는 입동(立冬)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토성(土聲)은 감싸는 듯 낮다고(函胡) 느꼈습니다. 흙을 구워 만든 악기를 불거나 치면 그런 분위기의 소리가 실제로 납니다. 악기의 재료인 흙은 오행으로는 토(土)이며 계절로는 여름과 가을 사이며, 방향으로는 남쪽과 서쪽 사이입니다. 그래서 토성은 서남풍이며 입추(立秋)의 음입니다.
생황 소리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일어나나요? 생황은 바가지 즉 포(匏)로 만든 악기입니다. 고대인에게 포성(匏聲)은 아이 소리처럼 가늘고 높은 소리입니다(啾). 이 소리는 얼어붙은 땅 속에서 봄기운이 움직이는 입춘(立春)의 음이며, 한랭 속에서도 온기가 스며드는 동북풍입니다.
이제 목성(木聲)만이 남았습니다. <<악서>>는 나무로 만든 악기의 소리는 나머지가 없고(無餘) 곧다고(直) 합니다. 축(柷)과 어(敔) 같은 목성 악기를 치는 소리를 들으면 여음과 여백 없이 딱 떨어지는 느낌을 고대인은 받은 것입니다. 여지가 없이 곧은 목성 악기의 소리는 바르지만 약간 답답한 느낌도 납니다. 그래서 목성은 늦봄의 후덥지근한 날씨의 분위기와 부합합니다. 목성은 입하(立夏)의 음이며 동남풍의 소리입니다. 여름으로 들어가는 입하(立夏)는 방향으로는 동쪽과 남쪽 사이이므로, 입하는 동남풍입니다.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이입입니다. 내가 타인의 처지에 서면 그의 감정을 나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고대 중국인은 농사를 짓고 살았으며, 농민은 자연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우리도 논과 들에서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추수를 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팔음과 팔풍, 8절후의 연관을 옛날 사람들처럼 직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민이 가곡전수자/ 동래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