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책상과 밥상 사이> 108.우리 교육 이대로는 안 된다

작성일 : 2023.11.02 07:56

우리 교육 이대로는 안 된다

/윤일현

 

 

이미 짐작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 교육이 총체적 난국이다. 실제 투입되는 공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나 학력은 뒷걸음질 치고 학생들의 체력은 더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자료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간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일반 국민도 구체적인 수치를 정확하게 알아야 탁상공론이나 막연한 울분 대신 생산적인 토론과 실효성 있는 해결책 모색에 참여하고 행정부나 입법부 등에 문제 해결 방안을 요구할 수 있다.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액은 76조 원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교부금과 지자체 전출금 등을 합쳐 작년에 받은 돈만 약 91조 원이다.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하지만, 교부금은 늘었다. 2023년 교육기본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1일 기준으로 유···고교 학생 수는 5783,612명으로 전년 5879,768명 대비 96,156(1.6%) 줄었지만, 교부금은 학령인구와 무관하게 내국세의 20.79%를 획일적으로 배정하기 때문이다. 1인당 소득 대비 대학이 포함된 고등교육 투자는 OECD 하위권, 초중등 교육 투자는 세계 1위 수준이다. 교부금의 비효율성을 해소하려면 초중등교육에 비해 재원이 부족한 고등교육에 교부금 투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년 말 기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받은 돈을 쓰지 못하고 쌓아놓은 잉여금은 22조 원대에 달한다. 돈이 남아도는 초중고와 달리 국·공립대 학생 1인당 공공 재정 지출 규모는 12,717달러(1,700만 원)OECD 평균 14,073달러에 못 미친다. 사립대 역시 학생 1인당 공공 재정이 2,232달러로 OECD 평균 4,549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다. 2020년 기준 독일의 초중고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9%인데 한국은 3.3%였다. 반면 고등교육 예산은 독일이 GDP 대비 1.1%인데 한국은 0.7%에 불과했다. 초중등은 예산이 남아돌아 흥청망청 펑펑 돈을 쓰면서 교육의 질과 생산성은 퇴보하는 반면에 고등교육은 돈이 없어 늘 허덕인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15세 학생의 읽기·수학·과학 소양을 3년 주기로 평가하는 국제 비교 연구)에서 한국이 상위권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세부 지표에선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조사에서 한국은 읽기 분야 5위를 기록했고, 12년 연속으로 평균 점수가 하락했다. 2000년 첫 조사 이후 18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수학과 과학도 각각 2, 4위로 직전 조사보다 순위가 떨어졌다. 매년 초등 5학년부터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생 건강체력평가(PAPS)에서는 저 체력인 4, 5등급 학생 비율이 지난해 16.6%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12.2%)보다 4%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11~17세 청소년 94%가 운동 부족 상태에 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1, 2의 경우 체육이 즐거운 생활에 통합되어 정해진 시수가 없어 학급마다 격차가 있다. 2020년 기준 체육 전담 교사 배치율도 68%에 불과하다. 학부모들은 학교에만 맡겨서는 운동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며 체육도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체력 관리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 투입되는 공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갈수록 교사의 사기는 떨어지고, 학부모의 불만은 커지고, 학생들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 모두가 불만인 이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먼저 국민 세금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생산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초중등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지원 요원과 교사 보조 요원을 늘려 잡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 학생 인권, 교권, 학부모의 알 권리, 지나친 성적 경쟁 지양 등등 다 좋다. 갈수록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은 증가하고, 약골과 비만 청소년이 늘어나는 현실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해방 이후 우리의 눈부신 경제 발전에는 교육의 힘이 컸다. 한국 사회가 다이내믹한 활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었다. 각종 통계와 지표를 바라보는 마음이 한없이 착잡하다. 헐벗고 굶주렸지만, ‘아는 것이 힘이고 체력이 국력이라고 외치던 그 시절의 진부한 슬로건을 다시 내 걸고 싶은 요즘이다.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