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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10.22 01:39 수정일 : 2023.10.22 01:41
강 건너 불 아닌 중동 사태
/윤일현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뿌리가 같다. 유대교가 탄생하기 직전 고도로 발달한 수메르 문명은 물질문명의 부작용과 다신교의 폐해로 부패와 타락, 우상숭배와 음란이 극에 달했다. 그런 상황에서 세상을 구원할 강력한 유일신의 등장이 필요했다. 아브라함은 수메르 최강의 도시국가 우르 출신이다. 구약성경이 세 종교의 기본 경전이다. 그들 모두가 아브라함이 믿었던 ‘야훼’를 창조주이자 유일신으로 섬긴다. 이슬람교에서는 같은 신을 ‘알라’라 부른다. 세 종교는 모두 모세와 구약에 나오는 예언자를 인정한다. 유대교는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이 신과 직접 계약을 맺었다고 믿는 유대민족의 종교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는다. 가장 늦게 생긴 이슬람교는 무함마드를 가장 위대한 최후의 예언자로 섬긴다. 로마 가톨릭, 정교회, 영국 성공회, 기독교 신자 등을 합하면 25억이 넘는다. 수니파, 시아파 등을 합치면 이슬람교도는 20억에 이른다. 80억 세계 인구 중에서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섬기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는 말이다. 한 부모 밑의 형제자매가 재산이나 유산 문제로 얽혀 싸우면 남보다 더 깊은 증오심과 적개심을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갈등은 종교와 생존의 문제가 서로 얽혀있어 타협이 어렵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양측 사망자가 수천 명을 넘었다. 이 잔인한 살육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중동 정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외교 관계 정상화 중재에 나섰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재에도 나섰다. 사우디와 이스라엘도 미국의 중재로 관계 정상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하마스나 헤즈볼라 등 극렬한 반이스라엘 무장세력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은 이 상황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탐탁잖게 바라보는 이란과 하마스는 현재의 판을 뒤흔들 계기가 필요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목표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국제사회의 최우선 의제로 부각하면서 반이스라엘 불씨를 강력하게 되살리는 것이다. 증오와 갈등을 생존 동력으로 삼는 집단은 갈등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갈등을 최고로 끌어올리며 상대를 자극하여 이스라엘의 악마적 속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길 원한다.
절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하마스가 왜 이스라엘을 악마적 방식으로 무자비하게 선제공격할 결정을 내렸을까? 여러 요인 중에서 이스라엘의 내분이 하마스의 공격 결정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극우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기보다 더 보수적이고 강경한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그는 지나치게 종교 편향적인 예산안을 통과시켜 야권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 극우 세력 없이는 독자 통치가 불가능한 한계에 직면해 있다. 또한 극우세력끼리 사법개혁 안을 처리하여 국론은 분열되고 반정부 시위는 격화되었다. 네타냐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법 개혁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는 행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사법부의 행정부 결정 취소였는데, 네타냐후가 그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오늘의 중동사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극심한 국론분열은 국가 안보의 가장 큰 적이라는 사실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예전처럼 전 국민이 단결해 철통같은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면 하마스가 그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공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의 중동사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서 북한이 군사·전략적 교훈을 얻을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이 오늘의 중동 사태를 한미 양국으로부터 이득을 취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집중하는 틈을 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킨 후 양보를 얻어내는 이른바 협박 외교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인은 오늘의 중동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소모적인 이념논쟁 등으로 국론분열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안보는 여야가 따로 없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제 정세를 면밀히 분석하며 다각적인 경제·안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