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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15> 부마족駙馬族

작성일 : 2020.07.28 07:02 수정일 : 2020.07.28 08:30

부마족駙馬族

 

엉뚱한 송아지 부뚜막 위에 올라간다.

 

그가 이른 나이에 치매 걸렸다는 고향친구의 문자를 받자마자 피식하는 쓴 웃음이 먼저 나왔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그를 부마라고 부르고 있었고, 그는 늘 엉뚱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이상행동을 비교적 일찍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시절 그의 등에 명숙애인글을 붙여 놀렸을 때도 그는 오히려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예쁜 명숙이와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그가 너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서로의 진로가 달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가 영어방송만 듣고 다닌다든지 교회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기도만 한다든지 하는 소문은 듣고 있었다.

내가 그의 모습을 다시 본 것은 징병검사장에서였다. 우리는 읍내 학교 운동장에 팬티 차림으로 줄지어 앉아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교단 위로 올라왔다. 그였다. 비록 팬티 차림이었지만 커다란 덩치에 멀쩡한 허우대는 제법 품이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국가의 부름에 모여든 스무 살 또래들에게는 긴장과 호기심들이 가득 차 있었다. 쑥덕대던 소리가 한 순간 사라지고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예수를 믿으시오!”

그가 주먹을 치켜세우고 외쳤다. 여기저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군인들이 달려와 끌고 갔다. 그 일이 있은 지 몇 달 뒤쯤 그는 다짜고짜 청와대에 찾아갔다고 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자신이 대통령의 사위가 되어야 한다고 때를 쓴 모양이었다. 잠시 정신병원에도 있었다.

 

내 기억 속에 그는 늘 부뚜막 위에 올라 울고 있는 엉뚱한 송아지 모습이었다. <박명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