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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6.23 11:09
옛날 사람들은 악기를 어떻게 튜닝했나?
-악학궤범 1권. 격팔상생응기도설
예전에 기타를 사면 조그마한 조율피리가 따라오곤 했습니다. 길이는 한 3 cm, 직경은 1cm 정도의 작은 금속관입니다. 이것을 불면 A음이 나는데 기타 5 번선을 여기에 맞춥니다. 그 후 전자 튜닝기계가 나왔고, 요즘은 스마트 폰에서 튜닝 앱을 사용하여 조율합니다. 그런데 전자기계도 스마트 폰도 없었던 옛날에 사람들은 어떻게 악기의 음을 맞추었을까요?
옛날 사람들도 조율 피리를 사용하였습니다. 한 옥타브 안에 12음이 있습니다. 고대 중국인은 12음을 낼 수 있는 조율피리 12개를 대나무 관으로 만들어 여기에 악기의 음을 맞추었습니다. 중국에서는 12음을 12율, 죽관으로 만든 조율피리를 율관이라고 부릅니다. 기타는 A음을 내는 하나의 금속 율관만을 사용하지만, 중국은 기원전부터 12음을 내는 12개의 율관을 만들어 악기의 음을 맞추었습니다. 조선 세종 때 박연은 중국 고서에 바탕을 두고 12율관을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조선 성종 때 간행된 악학궤범은 격팔상생응기도설편에서 12율의 구성원리, 그리고 음과 자연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옛날 황제가 영륜을 시켜, 서역의 나라 대하의 서쪽 곤륜산 북쪽 골짜기 해곡에서 둥글고 속이 비고 아래 위 두께가 고른 대나무를 구했다. 그것의 두 마디 사이를 잘라 입으로 불어서 황종의 궁으로 삼았다. 그리고 봉황의 소리를 본떠 12통을 만들었다. 그중 봉황의 수컷 소리가 6, 암컷 소리가 6인데, 양의 여섯을 율, 음의 여섯을 려라고 불렀다. 6률과 6려를 합하여 12율이라고 부르고 12월에 배치하였다. 황종, 태주, 고선, 유빈, 이칙, 무역은 양성이고, 대려, 협종, 중려, 임종, 남려, 응종은 음성이다.“
昔黃帝使伶倫自大夏之西崑崙之陰取嶰谷之竹 自然圎虛 其竅厚均者斷兩節間 而吹之以爲黃鍾之宮. 又制十二筩以象鳳凰之鳴 其雄鳴爲六 雌鳴亦六 陽六爲律 陰六爲呂 六律六呂總謂之十二律以配十二月. 黃鍾太蔟姑洗蕤賓夷則無射陽聲也. 大呂應鍾南呂林鍾小呂夾鍾陰聲也.
삼황오제(三皇五帝)는 기원전 3000년 중국을 통치했다는 8명의 제왕입니다. 황제(黃帝)는 그 중 한명입니다. 황제가 대나무를 잘라 황종 율관을 만들고 그것으로부터 12율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기원전 239년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재상 여불위((呂不韋) 편찬한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옵니다(1). 악학궤범의 격팔상생응기도설편은 이 책을 인용한 것입니다. 여불위(呂不韋)는 식객이 3000명이었으며 하인이 1만명이 넘는 부자였습니다. 그는 식객들의 지혜를 모아 춘추시대의 모든 역사, 만물을 기록한 일종의 백과사전을 간행합니다. 여불위는 이 책을 진의 수도 함양 저잣거리에 전시해 놓고 "이 책에서 한 글자라도 고칠 수 있다면 천금을 주겠다"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자천금(一字千金)이라는 고사가 생겼습니다.
12율 중 6 개는 양의 소리, 6개는 음의 소리입니다. 양성은 황종, 태주, 고선, 유빈, 이칙, 무역이며, 음성은 대려, 협종, 중려, 임종, 남려, 응종입니다. 양성은 율, 음성은 려라고 하는데 6율과 6려를 합하여 부를 때는 12율이라고 합니다. 12율은 열두 달과 대응합니다. 이 점은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습니다.
“12율이 생기는 자리는 황종률로부터 여덟을 세어 임종에 이르고, 임종으로부터 여덟을 세어 태주에 이르고, 태주로부터 여덟을 세어 남녀에 이르고, 남려로 부터 여덟을 세어 고선에 이르고, 고선으로부터 여덟을 세어 응종에 이르고, 응종으로부터 여덟을 세어 유빈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돌아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凡十二律相生之位自黃鍾之律 數八至林鍾 林鍾數八至太蔟 太蔟數八至南呂 南呂數八至姑洗 姑洗數八至應鍾 應鍾數八至蕤賓 周而復始.
서양 음악에서 12음은 C, C#부터 출발하여 B까지 반음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양에서 12율은 황종, 대려로부터 출발하여 응종까지 반음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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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
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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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
D# |
E |
F |
F# |
G |
G# |
A |
A# |
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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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
황종 |
대려 |
태주 |
협종 |
고선 |
증려 |
유빈 |
임종 |
이칙 |
남려 |
무역 |
응종 |
황종은 기본음이며 황종율관은 9촌입니다. 먼저 이 9촌을 삼등분하여 9촌의 삼분의 일인 3촌을 들어내면, 나머지는 6촌이 되는데 이것은 음려인 임종 율관입니다. 이 과정은 삼등분하여 하나를 줄이므로 삼분손일이라고 합니다. 삼분손일하면 관이 짧아지며 7음 높은 소리가 납니다. 1번 황종 율관을 삼분손일하면 8번 임종율관이 됩니다.
여기서 이 6촌짜리 임종을 삼등분하고 삼분의 일인 2촌을 더하면 8촌 짜리 율관이 됩니다. 이것은 양률인 태주 율관입니다. 이 과정은 삼등분하여 하나를 더하므로 삼분익일이라고 부릅니다. 율관을 삼분익일하면 삼분의 1만큼 더 긴 관이 생겨 5음 낮은 소리가 납니다. 8번 임종 율관은 삼분익일하여 만든 새로운 율관에서는 3번 태주 음이 나옵니다. 이렇게 계속 양률에서 3분의 2를 곱해 7음 높은 음려를 생성하고, 음려에서 다시 3분의 4를 곱해 5음 낮은 양률을 생성하여 12음을 다 만듭니다. 이 과정을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라고 합니다.
12율을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원주에 배열하면 재미있는 규칙을 발견하게 됩니다. 삼분손일은 7음 높은 음을 만들어내고, 삼분익일은 5음 낮은 음을 만들어 내지만, 생성되는 음 사이에는 ‘여덟 번 째’ 즉 ‘격팔’이라는 동일한 간격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1번 황종을 삼분손일하면 7음 높은 8번 임종에 도달합니다. 8임종은 1황종부터 하나 둘 헤아리면 8번째 음입니다.
삼분손일과 삼분익일은 서로 다른 방법인데 8번째 음을 생성하므로 둘 다 격팔상생법입니다. 그렇다면 삼분익일법은 사용하지 않고 삼분손일법만 사용하여 율관을 만들어 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1번 황종에 3분의 2을 곱하여 8임종을 만듭니다. 이제는 8번 임종을 삼분익일하지 않고 삼분손일합니다. 8 임종에 3분의 2을 곱하면 여덟번째 음에 도달합니다. 그곳은 태주입니다. 그런데 이 태주는 임종으로부터 7음 높은 태주이므로 3번 태주보다 한 옥타브 높은 태주, 즉 청태주입니다. 청태주 율관을 2배로 늘이면 태주가 됩니다. 이 과정은 8번 태주를 삼분익일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임종에서 3분의 2을 곱하고 다시 2을 곱하는 것은 임종에서 3분의 4를 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삼분익일: 8임종 x = 3 태주.
삼분손일: 8임종 x (= 청태주) x 2 = 3태주.
기원전 6세기 고대 희랍의 피타고라스학파는 음계를 2:1의 옥타브 비율과 3:2의 완전 5도 비율을 활용하여 구성했습니다. C음을 소리 내는 현을 삼등분하여 하나를 버리고 3분의 1 짧은 현을 만들면 완전 5도 높은 음 G을 소리 냅니다. C와 G 사이에는 7 반음이 있어서, C부터 헤아리면 8번째가 G 입니다. 이 G에서 완전 5도 높은음은 D입니다. G에서 하나, 둘, 헤아리면 8번째 음이 D입니다. 피타고라스 학파도 음률을 격팔상생법으로 만든 것입니다.
피타고라스 학파와 중국의 음율법은 동일합니다. 어디가 먼저일까요? 피타고라스 학파는 기원전 6세기에 음율법을 발견하였습니다. 삼분손익법과 격팔상생법을 기록한 중국의 여씨춘추는 기원전 3세기에 간행되었습니다. 여씨춘추의 저자들은 이전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므로 피타고라스의 음율법이 중국보다 먼저 나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옛날 동서양 사이에 문화적 교류가 있어서 한편의 발견이 다른 쪽으로 전달된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그리스와 중국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연구된 것일까요? 무엇이 맞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어쨌든 12음은 동서양 같습니다. 그래서 동양인은 서양음악에, 서양인은 동양음악에 감동할 수 있습니다. 12음은 동양의 소리도 서양의 소리도 아닌 우리 인간의 소리입니다.
(1)장순애. 12율명의 생성배경에 관한 연구. 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9. 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