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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08.21 01:08
98회 금주의 순우리말-박지르다
/최상윤
1.평미리치다 : 고르게 하다. 평등하게 하다. 평미레로 밀어 곡식을 고르게 한 데서 나온 말. 비-평자리하다. 관-평미레(질). ~하다.
2.할기족족 : 할겨 보는 눈에 못마땅해 하거나 성난 빛이 드러나는 모양. < 홀기죽죽.
3.갈고리눈 : 갈고리처럼 위로 째진 눈.
4.갈고리달 : 몹시 이지러진 달. 초승달이나 그믐달. 같-손톱달.
5.날가지 : 잎이 없는 맨 가지.
6.달풀이 : 정월부터 섣달까지 달마다의 절후節侯나 행사를 노래로 풀어 부르거나, 또는 매달의 액厄이나 병을 노래하는 것.
7.막초 : 품질이 아주 낮은 살담배.
8.박지르다 : 힘껏 차서 쓰러뜨리다.
9.산달 : 산으로 된 땅. 같-산지山地.
10.앉힐낚시 : 물 밑바닥에 미끼를 가라앉혀 낚는 낚시.
+맷돌치기* : 성교행위의 일종.
◇빽(배경)이 없었던 약관의 나는 우리 사회를 ‘평미리치게’ 하는 것이 내 삶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만 3년의 군복무를 마치고 내가 전입학한 대학의 교훈인 <자유 정의 진리>를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의 문학 지향점이 설정되었다.
나의 평소 소신이었던 <평미리침>과 결합된 <자유 정의 진리>의 지향점에서 ‘갈고리눈’으로 ‘할기족족’ 바라본 세태는 불평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대학 은사이신 <요산>선생님의 영향도 컸었지만 나의 문학은 저항문학, 고발문학의 정신적 영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불혹不惑의 초반,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이 전개되자 나는 지명수배와 도피와 자수와 금필 강요로 작가 생명은 끝이 나버렸다. 그해 9월 신학기에 강단으로 돌아온 <둔석>은 학문과 교수 외에 할 일이 없었다.
연구실에 앉아 열불이 치솟을 때마다 세상을 ‘박지르고’ 싶지만 ‘날가지’인 <둔석>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인근 바닷가로 나가 ‘앉힐낚시’를 하는 것뿐이었다. 물고기야 잡히든 말든 낚싯대만 던져 놓고 <둔석>은 ‘막초’만 태우며 세월만 낚았다.
이제 팔질八耋에 들어서자 회억하기조차 끔찍했던 불혹 때의 낚시질을 슬슬 엿보고 있으니... .
일러두기
+: 번 외 낱말. 또는 추가 낱말.
* : 근년 들어 국립국어원에 의해 비표준어로 분류된 낱말.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