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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6.20 11:03
오넷 콜맨 - 모닝 송
/신창환 <아시아문화원 감사, 변호사>
재즈 색소포니스트 오넷 콜맨(Ornette Coleman; 1930-2015)은 기이한 면모가 있다. 우선 그의 음악이 재즈의 울타리 안에 있음은 긍정할 수 있되, 그의 음악이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는 잘 알 수 없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거나, 어디에선가 불쑥 솟아오른 듯한 음악이다. 앞선 음악으로부터 기원(基源)을 찾기 어렵고, “그는 그의 음악을 할 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개성적인 음악이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잠입하여 지구인으로 위장한 채 살고 있다는 음모이론이 맞다면(헐리우드 영화 ‘맨 인 블랙’을 보라), 뮤지션으로서는 오넷 콜맨이 그 1순위 후보라고 생각한다.
알토 색소폰이 오넷 콜맨의 주(主) 악기인데, 초창기의 오넷 콜맨은 악기 자체도 일반적인 황동 재질의 악기가 아닌 플라스틱 몸통의 색소폰을, 또 알토에서는 흔히 쓰는 하드러버(hard rubber:경화 고무) 재질의 마우스피스 대신 다소 드문 편인 메탈 피스를 사용하였다. 음의 피치(pitch:절대적인 음 높이)도 표준적으로 정의된 피치를 따르지 않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음정이 안 맞는 것 같다는 혐의는 음악의 기본이 없다는 악담과 거의 같은데, ‘음정 따윈’ 초월한 도사의 경지에 이른 오넷 콜맨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명제이다. 필자 또한 엉성하게 알토 색소폰을 불기는 하나, 오넷 콜맨의 카피는 언감생심이다. 알토 색소폰은 그렇다 치고,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어떤가. 색소폰 연주의 ‘독자적인’ 능숙함(mastery)과도 달리 체계적으로 배운 것 같지 않은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도무지 괴상한 것인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음악 안에서는 썩 잘 어울린다. 요컨대 그의 음악은 서양 음악의 문법과 메인 스트림 재즈의 전통에서 한참 이탈하여 있다.
이래저래 오넷 콜맨의 음악은 쉽지 않다. 처음 접하는 경우 십중팔구 뒤죽박죽, 괴상하게 들릴 가능성이 크다. 필자 또한 재즈 광(狂)팬으로서 다양한 뮤지션의 음악을 접해 왔지만 오넷 콜맨만은 좀 의외였다. 고백건대, 재즈의 세계에서 높디높은 그의 명성의 이유를 의심하였다. 이렇듯 필자의 관심을 비껴가던 그의 연주가 재즈를 본격적으로 들은 지 10여년 만에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제대로 한 번 빠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었다.
귀가 열린 계기는 ‘론리 우먼(Lonely Woman)’ 등 일련의 발라드 음악을 통해서였다. 오넷 콜맨을 처음 듣는다면 필자는 ‘모닝 송(Morning Song)’을 추천한다. 선율이 아름답고 연주의 밀고 당김이 매력적인 곡인데, 그의 음악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안 알려져 있는 듯 하고, 정규 음반 중에는 스톡홀름 골든 서클에서 녹음된 실황 음반, “The Ornette Coleman Trio at the Golden Circle, Stockholm Vol. 2 (Blue Note, BST 84225)”에 실려 있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유튜브를 통해서는 언제라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한 두 발라드가 좋다고 진한 ‘필(feel)’로 충만한 오넷 콜맨의 전체 레퍼토리에 텁석 달려들면 ‘귀벌레 증후군(어떤 노래가 계속 귀에서 맴도는 현상)’ 등 자칫 주화입마(走火入麽)를 입을 우려도 있으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접하는 것이 좋겠다.
오넷 콜맨의 음악은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색소포니스트 샘 리버스(Sam Rivers), 같은 색소포니스트 에반 파커(Evan Parker), 그리고 클래식 바이올린 연주자 제니퍼 고(Jeniffer Koh)까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고, 재즈 뮤지션의 뮤지션이라 할 만한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에게 레슨비(?)를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활동 기간 동안 여러 뮤지션들과 밴드를 결성하여 같이 연주하였는데, 포켓 트럼펫을 연주한 돈 체리(Don Cherry)나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의 이름은 우선 기억할 만하다.
앞으로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채우고자 하는 이 칼럼을 시작하면서 필자는 필자 자신이 요즘 가장 꽂혀 있는 뮤지션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 글이 재즈 선율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재즈의 산맥에서 피해가기 어려운 거대한 산, 오넷 콜맨에 이르는 지름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