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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6.13 10:20 수정일 : 2020.07.18 11:19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7>
개산툰의 눈물
한낮, 두만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한층 감미롭다.
띄엄띄엄 기차에 오르는 손님이래야 스물 남짓 국경의 작은 기차역은 외롭기 그지없다. 달랑 두 칸짜리 기차는 텅텅 비어 열려진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바람도 외로워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넓게 빈자리를 잡고 외로워질 만반에 준비를 하고 담배를 빼 물었다.그런데 창밖의 풍경이 자못 심상찮았다. 예닐곱 살 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열 두어 살 쯤 되어 보이는 누나에게 매달려 때를 쓰고 있었고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 엄마로 보이는 여인이 절망스런 표정으로 주저앉은 채 아이들 쪽을 보고 있었다. 기차가 움직이려 하자 엄마는 하는 수 없이 아이 쪽으로 가 눈빛이라도 맞추려하지만 아이는 엄마에게 얼굴을 돌리지 않는다. 울고 있는 것은 아이지만 떠나는 엄마나, 동생을 달래고 있는 누나의 얼굴은 더 슬퍼 보였다. 기차가 조금씩 움직이자 급하게 기차에 오른 엄마는 안타깝게 아이들 쪽을 보며 손을 흔든다. 아이는 여전히 얼굴을 주지 않았고, 그제야 누나가 어린 동생 때문에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손을 흔든다. 엄마는 큰 소리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른다. 매정한 기차는 엄마의 목소리를 사정없이 지워버린 채 속도를 낸다. 이내 산모퉁이를 지나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엄마는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닦는다.
엄마라는 여인의 옆에 놓인 커다란 가방으로 봐서 한국으로 가는 것 같다. 그 여인은 앞으로 한국 땅에서 그 가방보다 더 큰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싸우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고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박명호/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