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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가요 산책6> 뜨거운 안녕 /쟈니리

작성일 : 2020.06.07 10:24

시가 있는 가요 산책 (6)

 

쟈니리, 뜨거운 안녕

                                                        이승주 (시인)

 

얼음 위에 댓잎자리 보아 님과 내가 얼어 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잎자리 보아 님과 내가 얼어 죽을망정

() 둔 오늘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고려가요, 만전춘(滿殿春)중에서

 

고려가요 만전춘(滿殿春)은 겨울밤 얼음 위에, 거기 덧보태어 서늘한 댓잎자리까지 깔아서 그 위에서 밤을 지새워 얼어 죽는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님과 함께 보내는 정() 둔 이 밤이 더디 새라고 새지 말라고 노래한다. 이만큼 진솔하고도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담은 노래가 얼마나 있을 것인가. 그야말로 한겨울밤 얼음 한기(寒氣)를 이기는 사랑의 뜨거움이다.

 

또다시 말해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비둘기 나란히 구구대는데

기어이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너무도 깊이 맺힌 그날 밤 입술

긴긴 날 그리워 몸부림쳐도

남자답게 말하리다 안녕이라고

뜨겁게 뜨겁게 안녕이라고

 

또다시 말해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별들이 다정히 손을 잡는 밤

기어이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너무도 깊이 맺힌 그날 밤 입술

긴긴 날 그리워 몸부림쳐도

남자답게 말하리다 안녕이라고

뜨겁게 뜨겁게 안녕이라고

 

쟈니리의 뜨거운 안녕은 그대가 기어이 떠나신다면 그를 보내드리리라 다짐한다. 뜨겁게 사랑하였으므로, 오늘밤, 별들은 더욱 다정히손을 잡고 비둘기들도 더더욱 아프게나란히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데, 그날 밤 너무도 깊이 맺힌 뜨거운 입술을 두고 그대 이제 기어이 떠나고 나면 사랑하고 있다는 그 말도 더는 들을 수 없을 것인데, 그리하여 홀로 남은 긴긴 날들을 뼈에 새긴 그 말과 가슴에 맺힌 그 입술 때문에 그리움으로 몸부림칠지라도 그대가 기어이 떠난다면그래도 나는 남자이니까 남자답게 보내드리고, 남자답게, 목이 메는 울음의 뜨거운 눈물을 참고 뜨겁게 안녕이라고 말하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래, 세상에 사랑이 식었다.”는 말보다 더 슬픈 말도 많지 않겠다. 이 말은 사랑은 본디 뜨거운 것이다.’라는 전제를 내포한다. 사랑이 본디 뜨거운 것일진대, 사랑이 뜨겁지 않고 그저 미적지근하다면 우리 사랑이 애틋하고 절절할까. 그렇다면 인간은 얼마나 춥고 쓸쓸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제대로 사랑도 해보지 않고 사랑이 그저 미지근한 것인 줄 믿는 사람들아. 제대로 한번 사랑해 보시라. 사랑의 온도는 체온보다 높아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왜 뜨거운 눈물이 되고, 안녕이 왜 뜨거운 안녕이 되는지 이 생이 가기 전에 알아보시라. 그런 다음에 왜 쟈니리의 이 노래가 그토록 뜨겁게가슴을 울리는지 그 사람에게도 말해주시라.

그리하여 마침내 사랑 때문에 기꺼이 얼음 위에 댓잎자리 보아 님과 내가 얼어 죽어도 좋을 당신, 오늘밤 기도문 대신에 이 노래를 외어라.

 

남산(南山)에 자리 보아 옥산(玉山)을 베어 누워

금수산(錦繡山) 이불 안에 사향(麝香)각시를 안아 누워

남산(南山)에 자리 보아 옥산(玉山)을 베어 누워

금수산(錦繡山) 이불 안에 사향(麝香)각시를 안아 누워

()든 가슴을 맞추옵사이다 맞추옵사이다

고려가요, 만전춘(滿殿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