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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림, 시를 그리다5> 새도 듣고 바람도 듣고

작성일 : 2020.05.25 11:29 수정일 : 2020.08.09 08:44

새도 듣고 바람도 듣고

                                                  /최서림

천산남로 어떤 종족은 아직도,

땅이나 집을 사고팔 때

문서를 주고받지 않는다.

도장 찍고 카피하고 공증을 받은 문서보다

사람들 사이 약속을 더 믿는다.

돌궐족이 내뱉는 말은

하늘도 듣고 땅도 듣고 새도 듣는다.

낙타풀도 지나가는 바람도 다 듣고 있다.

글자는 종이 위에 적히지만

말은 영혼 속에 깊숙이 새겨진다.

바위에다 매달아 수장시켜버릴 수도

불에다 태워 죽일 수도 없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