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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책상과 밥상 사이> 101.환경위기와 지속 가능한 동행

작성일 : 2023.08.13 01:16

환경위기와 지속 가능한 동행

/윤일현

 

 

지구가 들끓고 있다. 북반구는 살인 더위와 열대야, 사상 유례없는 폭우와 산불 등으로 삶의 터전이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다. 지금 추워야 하는 남반구도 30도가 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기상이변에 대처하지 못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폭염과 준비 부족으로 파행 운영 끝에 태풍 북상으로 전원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독일의 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은 자연환경이 인간의 생활양식을 결정한다라는 환경결정론을 주장했다. 자연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주는 내용과 형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폴 비달 블라슈는 자연환경은 인간에게 가능성만 주었을 뿐, 자연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는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라는 환경가능론을 제시했다. 갯벌은 조개 양식장이나 간척해서 농지로 쓸 수 있다. 인간의 선택과 의지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견해다. 미국의 지리학자 칼 오트윈 사우어는 문화가 인간의 생활을 결정한다라는 문화결정론을 제시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개척 당시 남유럽 출신 사람들은 지중해식 농업을, 북서부 유럽 출신은 혼합 농업을, 중국 이민자 중에서도 남부 출신은 벼농사, 북부 출신은 밭농사를 지었다. 같은 땅이라도 자신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른 농업 방식을 택한다는 것이다.

 

근대과학의 눈부신 발달과 산업혁명은 인간이 자연을 멋대로 무한정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자연은 정복과 개발, 착취의 대상이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 지나친 화석 연료 소비, 산림 훼손, 무분별한 수자원 개발과 남용 등은 자연이 자정 능력을 상실하게 했다. 지금 인류는 그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 인간과 자연은 정복, 피정복의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제 인간과 자연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라는 생태학적 공생이 대세가 됐다.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이 자정 능력과 복원력을 상실하게 되면 인간 역시 생존할 수가 없다. ‘지속 가능한 개발생물 다양성 보존을 부르짖는 이유다. 찰스 다윈 같은 학자는 일찍이 생태학적 관점을 취했다. 하늘과 땅만 이상한 게 아니고 인간 세상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돌발적인 흉악 범죄로 뒤숭숭하다. 치안 강국 한국이 치안유지를 위해 장갑차까지 동원할 줄은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어떻게 해야 하나? 더욱 겸손한 자세로 대자연과 공존하며 영혼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

 

1854년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가 미국 서부에 거주하던 수꾸아미족에게 백인대표단을 파견하여 인디언 부족이 대대로 산 지금의 워싱턴 주에 해당하는 땅을 팔라고 제안했다. 시애틀 추장은 싸워도 소용없음을 알고 그 땅을 주겠다며 편지를 보냈다. 본문 군데군데를 이어서 적어본다.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어떻게 사고팔 수 있는가.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사고팔 수 있는가. 우리에게 이 땅 모든 부분은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언덕, 깊은 숲속의 안개, 밝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신성한 것들이다. 백인은 죽어서 별들 사이를 거닐 적에 그들이 태어난 곳을 망각해 버리지만, 우리가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대지를 결코 잊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가 바로 우리 어머니의 품속이기 때문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다. 사슴, , 큰 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맥,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개울과 강을 흐르는 이 반짝이는 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피다. 만약 우리가 이 땅을 팔 경우에는 이 땅의 거룩함을 기억해 달라. 저 강들이 우리와 그대들의 형제임을 잊지 말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만일 모든 짐승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간은 커다란 영혼의 고독 때문에 죽게 될 것이다. 마지막 인디언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그의 기억이 다만 초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구름의 그림자가 될 때도 이 기슭과 숲들은 여전히 내 종족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땅을 팔더라도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을 사랑해 달라.” 이런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어느덧 입추 지나고, 말복이다. 가을이여, 양떼구름 몰고 어서 오라.

 

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