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노창재의 우포일기
작성일 : 2020.05.21 11:22 수정일 : 2020.05.24 10:44
우포늪
-아름다운것들 ②
/노창재

오월이 가는 우포늪은 그야말로 초록지천이다. 주변의 동산에서 물가의 버들군락까지 아카시아, 소나무, 포플러, 참나무, 찔레덤불, 억새와 갈대줄기로 이어지는 풀물은 짙을 대로 짙었다.
물속에서는 노랑어리연, 마름의 순들이 싹을 내밀고 창포는 꽃을 피운다. 하늘은 하늘대로 흰 구름이 초여름을 앞당기려는 듯 화창하고 천지가득 무성한 녹음이다.
사방에 인적하나 없는 어느 한낮 텅 빈 수면위로 뻐꾸기 울음이 떨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애잔한 울음이요 노래가 아닐 수 없다.
어느 순간엔가 먼발치 동네어귀 산모롱이를 돌아 꽃상여 하나가 지나간다. 어린 상주와 따르는 몇몇의 곡소리가 뻐꾸기울음에 섞여 애상을 더한다.
아카시아 향기도 찔레향기도 늪으로 스며든다. 이 고스란한 풍경을 처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우포늪의 모습은 슬픔의 경계를 넘어 차라리 아름다움의 심연이다.
사람도 자연도 있는 그대로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우포늪이 가지는 또 하나의 지극한 아름다움이다.
그러니 우포가 그립고 보고 싶다면 몸도 마음도 아무런 꾸밈없이 그냥 그대로 오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포는 틀림없이 제 모습을 감추고 있을 터이니.
나는 이 황홀한 오월의 늪에 섞여 노래 부른다.
늪가의 하루 -5월
지천으로 아카시아 향기는 날리리.
뻐꾸기는 어디서 둥지를 틀다 왔는지
애처로운 울음만 종일 떨어뜨리리.
늪은 물그림자 깊게 드리고
그 울음이나 받아먹으리.
나는 밭에 나가 고추 모종을 살피고
호박순이나 거두리.
콩잎 먹으러 내려온 고라니나 쫒으리.
중천에 가쁜 해 잠시 숨 고를 땐
멸치 우려서 보리국수나 삶으리.
물그림자에 부딪힌 울음 앞산 돌아
뒷산 골짜기에 머물면
따라간 마음 담배나 물려 불이나 붙이리.
저무는 하루 서러워 않고
흙 묻은 발을 씻으리, 빛바랜 책이나 펼치리.
펼쳐놓고 졸음이 와서 데려간대도
가는 줄도 모르고
조용히 끌려서 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