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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의 만주詩行(2) 비류수에 와서

작성일 : 2020.05.03 10:23 수정일 : 2020.05.17 08:39

2. 비류수에 와서

/서지월

 

주몽이시여

그대 꿈결의 초승달 하나

그대 2천년 꿈의 머리맡 돌아

비춰오시니 어찌하오리까

벌써, 다 먹어버린 밥그릇처럼

이 땅은 남의 것이 되었으며

이 강 역시 우리의 말()

먹을 수 없는 물이

되었음을 아시오니까

2천년 잠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으시매

누가 이를 증명하며 부싯돌에

칼을 갈아 저 천공에

번쩍이오리까

주몽이시여,

머리부분 빼앗기고

허리마저 동강나 그 동강난 두 다리

이끌고 천만리 길 마다하지 않고

북으로 북으로 왔건만

조금만 쉬어가라며

이 땅의 새 주인은

비자만 한 장 달랑

손에 쥐어 주더이다

내일이면 떠나야 하니

흐르는 눈물 닦을만한

손수건도 없이

저 달이 차오르는 것마저

몇날 며칠 지켜보지 못한 채

어디로 저를 가라 하는지

아아, 주몽이시여,

어찌하오리까!

 

**고구려 제1도읍 환인 시가지를 휘돌아 흐르는 강이 비류수인데 지금의 혼강이다. 고주몽의 마지막 남하루트이기도 했던 비류수 강가에 머물러 주몽은 고구려 새 역사의 장을 열었던 곳이고 보면, 비류수는 대고구려의 젖줄이었던 것이다. 1999년 첫 만주기행에서 단동을 거쳐 도착한 땅이 환인이었으며 먼저 비류수 강가로 갔는데 난간 위로 초승달이 떠올라 반겨주었던 것이다.
2천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보니 대고구려가 천년 신라처럼 우리 품안에 있지 못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의 땅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역사의 비극인라 하는지. 민족의 애환이라 하는지. 나는 그 날의 그 풍경을 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