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작성일 : 2023.07.30 11:25
행복한 학교, 근본으로 돌아가자
/윤일현
지난 6월 이후 ‘수능 킬러 문항 배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나는 그 야단법석을 바라보며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 하든 절대평가 하든, 수능 문제가 쉽든 어렵든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만 졸업해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결혼과 주택, 노후 문제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대학은 정말 공부하고 싶은 학생만 갈 것 아닌가? 명문대 중심의 일자리 경쟁, 직군 간의 임금 불균형,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학력·학벌주의를 극복할 방안과 대책이 없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 입시를 졸업 후 취업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 점령을 위한 전투로 생각할 것이다.
모두가 킬러 문항과 올해 수능 난이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우리 교육 현장에 수능보다 훨씬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학교가 살아나려면(본지 7월 13일 자)’에서 몇몇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하며 교권 침해와 교사 사기 저하를 지적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부모 항의 없는, 민원 없는 학교’가 일차적 관심사이다 보니 잘 가르치는 일보다는 항의성 전화나 방문이 없도록 하는 데 모든 힘을 소진하고 있다며, 교사가 적극적으로 학생을 지도하길 꺼린다고 이야기했다. 선의의 훈계와 질책이 아동학대로 오해받아 얼토당토않은 항의를 받는 일이 잦고, 심한 경우 경찰에 신고당하거나 소송에 연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 읽기’에 실린 글을 보고 여러 교사가 교단의 실상을 학교 밖으로 제대로 알려주니 눈물이 난다며 같은 이야기라도 제발 반복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많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수록 삶의 질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일정 거리 유지와 무관심만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 서이초등에서 젊은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교사가 이렇게 아프고 힘이 드는데 무슨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가능하겠는가. 임종식 경북 교육감은 이번 주 초 교사들에게 보낸 글 ‘절박한 교권 보호’에서 교권 침해에 관한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다른 시도 교육감도 한시바삐 부당한 교권 침해에 대한 대응책과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세상의 관심은 졸지에 ‘수능 킬러 문항’에서 ‘교권’ 문제로 바뀌었다. 우리 특유의 냄비가 열기를 내뿜으며 들끓고 있다. 현장의 실상을 이제 알았단 말인가. 추모 열기가 지나고 나면 또다시 옛날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 정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압축적 경제 성장으로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후, 우리 사회는 아주 짧은 기간에 수평적 정권 교체가 가능한 민주화를 성취했다.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나는 ‘육영재에서 우리 교육을 생각하다(본지 7월 24일 자)’라는 글에서도 그 문제점을 열거했다. 본질을 벗어난 민주화 운동은 마땅히 지키고 존중해야 할 ‘권위’조차도 파괴해 버렸다. 다양한 사회운동이 가져다준 엄청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통제받지 않은 민주화 운동은 정치에서의 권위를, 교육 운동은 교권의 권위를,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민주화는 의사의 권위를, 근거 없이 목소리만 높이는 아마추어의 난립은 전문가의 권위를 무력화하는 데 일조했다. 있어야 할 권위가 추락한 자리에는 조롱과 욕설, 저속한 풍자와 악마화, 복지부동이 객관적인 상황 파악을 어렵게 하고, 정말 다급하고 필요한 순간에 사람들을 결속하며 방향을 잡아 줄 진정한 권위자를 갖지 못하게 했다. 교권의 실추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일이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팩트 확인 없이 가짜 뉴스를 생산·유포하고, 비전문가들이 목청을 높인다면, 앞으로도 계속 여리고 섬세한 양심적인 교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극단적 선택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비난하면서 특정인이나 집단을 악마화하며 국민을 편 가르기 하려는 불순한 세력들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가난하고 힘든 시절 부모는 학교를 믿었고, 교사는 온몸을 던져 학생을 가르쳤다. 우리 모두 근본으로 돌아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결론은 단순하다. 학부모는 공교육만으로도 내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교사는 가르치는 일의 보람과 자부심을, 학생은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면 된다.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