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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그리다

<최서림, 시를 그리다 2> 목화

작성일 : 2020.04.24 11:34 수정일 : 2020.08.09 08:47

 

목화

/최서림

너무 멀리 왔구나

말이 곧 밥이 되고 법이 되던 땅으로부터

 

토해내지 못해

안으로 타들어간 말들이 끄는 대로

두 눈 멀쩡히 뜨고 여기까지 흘러왔다

바람 빠진 공 모양 쭈굴렁쭈굴렁 굴러왔다

 

길을 찾지 못해

쌓이고 쌓여 헝클어진 말 덩어리가

쭈글쭈글한 몸 여기저기 불쑥불쑥 찌르며 비집고 나오는데

 

어두운 몸을 찢고 나온 혼돈의 말들은

화려한 독버섯이 되고 사금파리가 되고

이 땅의 모든 불씨를 사위어버리게 하는 얼음이 되고

 

너무 멀리 떠나 왔구나

말이 곧 목화가 되고 따뜻한 구름이 되던 땅으로부터

구름을 타고 하늘을 만지고 놀던 때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