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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평전 >14.시와 산문의 이중적 글쓰기의 운명적 시작 -김춘수 시인의 부산시절(2)

작성일 : 2023.07.10 03:32

 

 

시와 산문의 이중적 글쓰기의 운명적 시작

-김춘수 시인의 부산시절(2)

 

양 왕 용

 

김춘수 시인의 시와 산문의 이중적 글쓰기는 이미 살펴본 문예194911월호 통권 4호의 아네모네와 질풍노도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최초의 시에 대한 글쓰기는 앞에서 언급한 의 첫 발표지면인 시와 시론 동인회동인지 시와 시론(1952115)에 발표한 시 스타일 시론試論이다. 이 동인지는 51페이지에 불과한 책이었으나 김 시인은 20페이지에서 22페이지까지 세로쓰기 3단으로 편집된 스타일 試論, 42-43페이지에 을 발표하고 있다.

시 스타일 시론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단락마다 번호가 붙은 형식으로 김 시인 자신의 시작의 나아갈 방향을 암시한 글로 논리적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1 단락의 경우 여기서 내가 시라는 것은 협의의 시, 즉 서정시를 말함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다음 2단락에서는 주로 스타일이라는 용어의 한국적 선택에 힘을 기울인다. 스타일은 형태(form)와는 다르고 일본식 여러 번역 가운데 문체라는 번역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3단락에서는 포말리즘에 대한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4단락에서는 불란스 시인 발레리와 말라르메, 소설가 말셀 푸루스트,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 등의 스타일 중요시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7단락에서는 결국 시에서의 스타일은 내용면과 불과분의 관계가 있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시에서의 스타일은 내용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공허해 진다고 보고 있다.

문예194981일 창간(발행 ·인쇄인;모윤숙, 편집인 ;김동리)한 뒤 곧 발발한 6·25전쟁으로 발간이 순조롭지 못하다가 19543월 통권 21호로 종간된다. 이 시기는 김 시인이 마산고등학교를 1953915일 그만 두고 다음 해부터 부산대학교 강사로 출강한 시기와 겹쳐진다.

6·25 전쟁의 소용돌이가 다소 진정되고 모든 분야가 서울에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는 19551월에 문예지에서 편집 실무를 맡았던 조연현(1920-1981)을 주간으로 월간 현대문학(발행인 김기호, 편집장 오영수)이 창간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잡지는 202210월 현재 814호로 그 동안 한 호의 결호도 없이 발간되고 있는 대한민국 최장수 문예지이다. 이 잡지의 창간호에 김 시인은 시가 아닌 산문 현대시의 선구자들이란 평론 성격의 글을 발표한다. 이 글은 창간호 80-95페이지에 걸친 상당히 긴 글이다. 말미에 선구자들의 장 끝이라는 글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야심차게 전개할 요량으로 쓰여진 글이다. 내용은 A,-, B.-드레르,C,불란서 상징파(마랄르메, 베르레-,램보,로오르레어몬) 등과 니-체와 대표적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중간에 작품도 인용하고 있는 본격적인 비평이라고 볼 수 있다.(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이순욱 교수 자료 제공)현대문학창간호의 평론 성격의 산문 필자들과 그 글의 제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철학자인 김계숙(1905-1989) 서울대 교수의 현대정신의 특징, 불문학자 손우성(1904-2006) 성균관대 교수의 실존문학으로의 과정, 평론가 백철(1908-1985) 중앙대 교수의 저널리즘과 문화성, 허백년 시나리오 작가의 헤밍웨이의 인간과 작품, 최남선(1890-1957)한국문단의 초창기를 말함등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필진이 각 분야의 인정받는 전문가들이다. 이들과 함께 김 시인의 글이 발표된 것이다.

195912월의 대학강사 시절까지에 해당되는현대문학60(1959.12)까지 발표한 시와 평론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시는 바위(1955.4 통권 4) ,(소묘)(1955.9 통권9), 무제(1956.2 통권14), 구름(1956.11 통권23), 나목과 시(1957.3 통권 27), 우계<비의 리듬>(1957.10 통권34) ,(1958.7 통권42),」「(1958.11 통권 47) 귀향(1959.5 통권 53) 9편이다, 평론은 앞에서 언급한 창간호(1955.1) 현대문학의 선구자들김소월론을 위한 각서(1956.4 통권 16) 2 편이 있다. 이상으로 볼 때 이때에는 현대문학에는 많은 작품을 발표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시와 산문(평론) 두 장르의 글쓰기는 하고 있다.

다음으로 현대문학보다 이른 195441일 창간되어 3호까지는 문학과 예술이라는 제호를 사용하다가 4호부터 문학예술(발행 및 편집;오영진)로 발간되어 195712월 통권 32호로 종간한 문학예술에도 김 시인은 창간호부터 집필자로 참여하였다. 이 잡지는 월남한 오영진을 필두로 박남수(1918-1994), 김이석(1914-1964) 등 월남문인들이 주도한 문예지였다.

김 시인은 창간호에 시 분수를 발표한 후 19558월호 (통권 5)부터 평론 형태상으로 본 한국 현대시연재를 시작한다. 이 연재는 한 호도 쉬지 않고 19564월호(통권 13)9회로 끝맺는다. 이 연재는 195810월 해동문화사에서 한국현대시형태론(4×6200페이지,양장)으로 개제되어 출판된다. 이 책은 김 시인의 첫 시론 저서로 그 당시는 물론 지금의 입장에서도 한국시문학사에서 빼어 놓을 수 없는 이론서이다. 이 책의 서문에는 195763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으나 19581015일 발행되었다. 연재물을 바탕으로 정리한 <한국현대시 형태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다.

 

서론, 1;현대시전야(창가가사와 신체시), 2;자유시 초기, 3:이상한 현상 하나, 4:사족으로서의 부언, 5;시문학파의 자유시, 6;4260-70년대의 아류 모더니즘, 7;4270년대의 양상, 8;8·15 6·25까지, 9;6·25 이후,10; 사족으로서의 부언

 

정리된 목차만 보아도 개화기가사부터 시작하여 이글을 쓰는 50년대 전반까지의 한국 현대시의 형테적 특성을 통시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재물 외에 그 동안 다른 지면에 발표한 시인론들을 <시인론을 위한 각서>라는 제목으로, 김소월, 이상, 유치환, 서정주 등에 대한 글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이 저서는 김 시인의 신분 측면에서도 중요한 책이다. 그는 지금까지 대학중퇴자라는 신분 때문에 대학교 전임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19595월 이 저서로 문교부 교수자격인정령 21조에 의거하여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자격을 인정받아 1960년 진주에서 마산으로 옮겨온 해인대학(지금의 경남대학교 전신)의 조교수 발령을 받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책이다. 그 당시의 심경에 대하여 김 시인은 직접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1950년대 말에 교수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와 같은 사정에 있는 대학 강사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문교부에서 그 때 일시적으로 만든 제도가 있었다. 전공 분야의 논문을 내게 하여 사계의 권위들의 심사를 거쳐 자격증을 수여하는 제도다. 나는 거기 합격한 셈이다. 그 자격증 덕분에 그때 마산으로 옮겨와 있던 해인대학의 조교수로 채용이 됐다. 여러 군데 여기저기 출강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나는 비로소 심신의 안정을 얻게도 되었다. 그러자 강의를 보다 충실히 해보겠다는 목적도 겸해서 나는 한층 독서와 연구에 열을 올리게 됐다.(김춘수 자전소설꽃과 여우p237)

 

문학예술에 이 연재를 끝내고 난 뒤에도 다른 산문을 발표한다. 이상의 시 19569월호)가 그것들이다. 이 가운데 이상의 시는 앞에서 언급한 저서 한국현대시형태론에 수록된다. 19565월호에는 시 꽃의 소묘素描(1)-(5)를 발표한다.(현대문학사 판 시전집pp186-188(3)을 제외하고 수록되어 있음)

김 시인의 시에 대한 산문 쓰기는 결국 <시작법>에까지 다다르게 된다. 19586월에 창간한 문예지 신문예19596월호 (통권 12)시 어떻게 읽고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연재하기 시작한다. 19602월호까지 총 7회 연재하였는데 신문예가 언제 종간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중앙대학교 도서관장을 지낸 김근수(1910- 1999)교수가 작성한 한국학 총서 제5한국잡지개관 및 호별목차집(1975,한국학연구소)에는 19591130일 간행한 11,12 합병호까지의 목차에 김 시인의 연재5회가 소개되고 있다.

이 원고를 바탕으로 김춘수 시인은 경북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긴 직후인 1961620일 대구의 출판사인 문호사에서 시 작법을 겸한- 詩論(4×6220 페이지)을 엮는다. 이것이 김 시인의 두 번째 시론집인데 필자는 1964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2학년 학생 시절 시론과목을 이 책을 교재로 수강했다. 이 책 <후기>신문예7회 연재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도 연재물을 바탕으로 작법을 형태, 언어, 영감, 상상, 감성과 지성, 제재, 이해의 방법, 제목, 행의 기능, 아류 등 열 항목으로 나누어 언급하고 있다. 이 저서 역시 다음에 부록으로 시의 전개(1)(2)(종합지신태양19596월호와 8월호에 발표)가 수록되어 있다. 그밖에 1960년에 발표한앤솔로지 운동의 반성(사상계19603월호),시단풍토기(새벽19604월호)가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김 시인이 이 저서를 1989년 도서출판 고려원에서 시의 이해와 작법이라는 제목으로 개정 증보판을 내고 있다. 개정 증보판을 초판과 비교하면 부터 까지의 순서가 보다 시작단계에 부합하도록 대폭 바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용의 소제목도 바꾸었고 판형도 신국판 가로쓰기 체제가 되었다. 그리고 부록의 경우에는 시의 전개시의 이모 저모로 제목을 바꾸고 있으며, 나머지 둘은 다른 것으로 채웠다. 그 변경된 내용을 소개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순서를 시의 언어, 시의 형태, 행의 기능, 시의 제재,시의 제목, 시와 상상력, 시와 영감, 감성과 지성, 이해의 방법, 아류와 영향으로 바꾸고 있다. 1961년 판과 1989년 판을 비교해보면 1989년 판이 훨씬 제목에서 오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있다. 특히 1961년 판의 아류의 경우 아류라는 가치평가에서 부정적으로 오해하기 쉬운 제목에다 영향이라는 긍정적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용어를 첨가하였다. 의 경우 소제목도 세 개인 것을 두 개 늘려 다섯으로 하고 있다. 새로 첨가된 소제목에서 아류를 벗어나 개성적인 시 창작의 방법까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10년 만인 1999년에 출판사를 <자유지성사>로 옮겨 같은 제목으로 내고 있다. 그러면서 <머리말>에 다시 내는 변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시의 작법은 저자가 대학에서 시론을 강의하면서 참고자료로 필요성을 깨달았다. 실지로 시를 써 본다는 것은 시의 이해나 학문적인 천착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깨달았다. 의학에서 임상실험과 같은 것이 되리라. 몸소 경험을 통해서 터득하는 것이 시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이 된다. 이 훈련은 척 보고 시의 좋고 나쁨을 식별하는 데도 크게 도움을 준다. 이런 말들은 실은 이론 이전에 있어야 한다.

 

김 시인의 시작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글은 시인으로 대학에서 33년 동안 시론과 시교육론울 강의한 필자에게는 특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시작법은 시인지망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시를 비평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시연구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시작법을 모르고 시를 비평하거나 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임상훈련을 하지 않고 의사가 되거나 의학교수가 되고자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법에 대한 책을 개정 한 것은 대한민국 최초의 시작법서를 낸 김 시인의 뒤를 이어 많은 후배들이 시작법에 관한 저서를 낸 것에서 김 시인 나름의 자극을 받아 그 자신의 시작법이 그의 변모를 거듭하는 시작 경향처럼 낡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지시키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였다.

 

김 시인은 1954년 당시 비록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한 대학 시간강사였지만 그의 시와 시론들은 그 당시의 대한민국 중요 문예지는 물론 종합지에도 발표 되었고 시론가로서의 위상을 앞에서 살펴본 한국현대시의 형태적 특징과 시작법에 대한 연재로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이상으로 볼 때 김 시인은 1950년대 후반 대학 전임이 되기 전부터 시와 시론을 겸한 시인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시간강사의 고달픔 속에서 시 쓰기와 산문 쓰기는 그의 예술혼의 형상화라는 일차적 욕구인 동시에 신분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시작한 이중적 글쓰기는 그의 평생의 숙명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양왕용;시인,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동북아 기독교작가회의 한국측 차기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