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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07.05 12:43
92.금주의 순우리말-안퐁하다
/최상윤
1.안퐁하다 : 아늑하고 포근하다.
2.작달비 : 장대비. 굵직하고 억세게 퍼붓는 비.
3.천산지산 : 이런 말 저런 말 둘러대서 여러 가지 핑계를 늘어놓는 모양. ~하다.
4.큰자귀 : 손으로 들고 서서 재목을 깎는 연장. 자귀와 비슷하나 규모가 크고 긴 자루가 붙었음.
5.토렴하다 : 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여러 차례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하다.
6.평다리치다 : 꿇어앉지 않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다리를 놀리다. 비-평자리하다.
7.한포국하다 : 흐뭇하게 가지다.
8.갈가위 : 인색하게 제 실속만 탐하는 사람.
9.갈가지 : 범의 새끼. ‘개호주’의 일부 지역말.
10.난추니 : 새매의 수컷. 보통 매보다 작고 배의 흰 바탕에 적갈색의 얼룩이 있다. 같-나춘이, 황조롱이. 상-익더귀.
11.말괄량이 : 말이나 행동이 얌전하지 못하고 덜렁거리는 여자.
◇나의 어린시절, ‘작달비’가 내리는 날엔 나의 큰 누님이 몇 번이나 ‘토렴해서’ 내어 놓은 맛 좋은 국수를 ‘한포국하게’ 먹어 치웠다.
큰 누님이 시집가는 날, 나는 ‘천산지산’ 없이 곧 바로 <누부야, 내 놀러가면 국수 꼭 삶아 주라이>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내자를 맞이하였는데 내자는 고향이 신의주여서 냉면 아닌 국수를 끓여 낼 줄 몰랐다. 내 간청에 어쩌다 끓여 낸 국수는 정말 맛이 없었다.
그러기에 직장 동료나 벗들과 함께 식당에 가면 상차림판에서 간혹 국수를 발견하면 나는 ‘갈가위’ 같지만 동행들의 눈치코치 볼 것 없이 <잔치국수>를 주문한다. 그리고 ‘평다리치고’ 앉아서 어릴 때 국수에의 향수를 느끼며 기다리는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 나에게는 그지없이 ‘안퐁하고’ 행복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우리의 고유한 국수집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젊은이를 위한 피자나 파이집이 어깨를 펴고 대신하고 있다.
아, 나도 이제 국수처럼 물러날 때가 되었는지...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