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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07.02 02:49 수정일 : 2023.07.02 02:52
1-10. 결핍이 아니라 욕망
/양선규
영화 <양들의 침묵>(조너선 데미, 1991)은 여러 가지로 문제적이다. 원작 소설이 좋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압권이다. 악하지만 주인공을 돕는 노현자 역을 담당하는 식인 과물 닥터 렉터 역을 맡은 안소니 홉킨즈의 연기는 ‘대단하다’라는 말로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관객을 빨아들이는 그의 표정 연기는 거의 (연기의) 신의 경지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를 안 본 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인터넷에서 영화 소개 글을 조금 빌려와 본다.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털링(Clarice Starling: 조디 포스터 분)은 어느 날 상관 크로포드(Jack Crawford: 스콧 글렌 분)로부터 살인 사건을 추적토록 명령받는다. 그 살인사건은 피해자가 모두 몸집이 비대한 여인들이고 피부가 도려내어져 있다는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버팔로 빌’이라고 별명이 붙여진 살인범에 대한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한 채 전전긍긍해 있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크로포드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알고 있었는데, 바로 한니발 렉터 박사(Dr. Hannibal Lecter: 안소니 홉킨스 분)였다. 살인자의 심리를 알기 위해 이 괴물스런 한니발 렉터 박사를 찾아가는 스털링에게 상관 크로포드는 한니발은 남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의 대가이니 그의 수법에 휘말려들지 말라고 경고한다. 한니발 렉터는 일명 ‘카니발(식인종) 한니발’이라고 알려진 흉악범으로 죽인 사람의 살을 뜯어먹는 흉측한 수법으로 자기 환자 9명을 살해하고 정신이상 범죄자 수감소에 수감 중이던 전직 정신과 의사였다. 팽팽한 신경전 속에의 첫 만남. 렉터는 스털링과 처음 만나자마자 스털링의 체취와 옷차림, 그리고 간단한 말 몇 마디로 그녀의 출신과 배경을 간파해 그녀를 놀라게 한다. 그러나 내색 않고 계속 정중히 대하며, 명석한 두뇌로 침착하고 조리 있게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는 스털링에게 렉터는 호감을 보이며 대화에 응하는데... [인터넷 검색]
영화는 (사회적) 결핍이나 불만이 아니라 (정체성) 욕망이 범죄를 일으킨다라고 주장한다. “아침에 잠을 깨서 당신이 하는 일이 뭐지?” 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이 교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식인 괴물 닥터 렉터는 그런 물음으로 대신한다. 풋내기 수사관 스탈링은 노현자 닥터 렉터의 가르침을 따라서 조금씩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간다. 어려서부터 인간의 바닥을 본(닥터 렉터에게는 어린 여동생이 굶주린 패잔병들에게 눈앞에서 잡아먹히는 것을 봐야 했던 끔찍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의 식인벽은 그 트라우마에서 비롯되는 자기 처벌이다) 노회한 스승은 앞으로 수많은 괴물과 만날 제자 스탈링에게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범죄는 욕망의 문제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결핍과 일탈, 사회에 대한 불만이 범죄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범인을 잡으려면 상투적이고 게으른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범죄를 부르는 것은 제어할 수 없는 욕망이다. 잔혹한 것일수록 더 그렇다. 렉터에게 배운 대로 스탈링은 사건이 보여주는 욕망의 흔적을 추적한다. 연쇄살인의 범인은 자기 집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여성의 피부로 된 옷을 짓고 있다. 자신을 찾아온 풋내기 수사관을 조롱하던 ‘버필로 빌’은 기본을 잊지 않고 배운 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스탈링의 총탄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적외선 투시경을 장착한 채 남들은 암흑 속에 가두고 변태적인 쾌를 탐하던 빌은 그녀의 뒤에서 저격의 순간을 노리다가 방아쇠 소리를 듣고 재빠르게 뒤를 향해 총을 발사한 스탈링의 총탄 세례를 받고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그 시간에 상투적인 수사 기법으로 엉뚱한 곳을 덮치고 있던 크로포드 일행은 그제야 자신들의 과오를 깨닫고 부리나케 비행기를 돌려 스탈링을 찾는다.
영화 <양들의 침묵>은 일종의 실존주의 작품이다. 인간에게는 그 어떤 개념이나 규범으로 묶어둘 수 없는 ‘어둠의 욕망’이란 것이 있다. 우리는 잠이 매일 허용하는 꿈속에서 그들을 만난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면 또 익숙한 것들을 보려고 눈을 굴린다. 눈을 뜨는 동시에 시선 조정부터 행한다. 문제는 항상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인간을 자신의 시선 안에 가두는, 그 시선이라고 영화는 가르친다.
<소설가/ 대구교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