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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3.30 12:03 수정일 : 2020.08.09 08:48
묵호
/최서림

그녀는 아직도 내 안에서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난다.
내 마음 벽에 그려준 항구는
늙지 않고 있는데,
그녀가 그리고 있을 쓸쓸한 수채화 속에서
오징어잡이 낡은 배들이 삐걱거리고 있을 게다.
내 관절처럼 자그락거리고 있을 게다.
내 몸속에서 솔 씨가 자라
황장목이 될 때까지 찾아가지 않는다.
시간에 이끼가 앉고 바위떡풀이 뿌리 내릴 때까지
그리움이 삭고 삭아 달 냄새가 날 때까지,
대관령을 넘어가도 묵호에는 가지 않는다.
내 순례의 종착지 묵호는,
아직도 내 안의 밤바다에서
집어등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그녀의 묵호는,
입에서 사과향이 나던 때로
돌아가는 것만큼이나 아득하다.
* 최서림 약력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1993년 『현대시』 등단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물금』 『버들치』 『시인의 재산』 『사람의 향기』 등
2020년 인사아트플라자갤러리 초대전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