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작성일 : 2023.05.29 12:11 수정일 : 2023.05.29 12:14
87회 금주의 순우리말-자치동갑
/최상윤
1.간종그리다 : 흐트러진 물건이나 일을 가닥가닥 골라서 가지런하게 하다.
2.난장 : 굴이나 구덩이 속에서 하는 허드렛일. 또는 굴밖에서 석탄이나 광석을 캐는 일. 관-난장꾼.
3.달구치다 : 꼼짝 못하게 몰아치다. 같-다그치다.
4.달근달근하다 : 재미스럽고 탐탐하다.
5.막선* : 싸울 듯이 마구 대드는. 어른 아이 가리지 아니하고 대드는.
6.박부득이 : 일이 매우 급하게 닥쳐와서 어찌할 수 없이.
7.삭치다 : 지우거나 뭉개어 없애다. 또는 셈할 것을 서로 맞비기다.
8.안팎곱사등이 : 가슴과 등이 병적으로 튀어나온 사람. 또는, 안팎으로 하는 일이 잘 안되어 답답한 경우. 준-안팎곱사.
9.자치동갑 : □나이 차가 조금 나지만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입학동기, 입사동기) □한 살 차이의 동갑. ‘자칫하면 동갑이 될 뻔했다’는 데서 나온 말. ‘자치+동갑同甲’의 짜임새. ▷‘어깨동갑’은 키가 ‘비슷하다’는 뜻에서 쓰는 말.
10.천둥벌거숭이 : 철없이 함부로 덤벙거리며 멋모르고 날뛰는 사람을 낮추어 이르는 말.
11.뜨게부부 :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우연히 만나서 어울려 사는 남녀.
◇60여 년 전 애옥함을 등에 지고 살았던 우리 세대들은 고교를 졸업한 것도 감지덕지하면서 호구지책으로 ‘박부득이’ ‘난장꾼’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대학 진학은 한가닥 꿈일 뿐.
그런데 천운이랄까. 1962년 신입생 전원 관비생官費生인 부산교육대학이 신설, 개교되었다. 어중이떠중이 젊은이들이 공짜 대학이라는 매력에 몰려들었다. 나는 정상보다 3년 늦었지만 입학과 동시에 많은 ‘자치동갑’과 학연學緣, 우정을 맺게 되었다.
가난이라는 동변상련同病相憐으로 맺은 이 학연과 우정의 고리로 반세기를 넘어서도 전 교장을 비롯하여 전 시장市長, 전 사장, 전 회장, 전 교수...등등이 어울려 ‘달근달근한’ 경험담이나, 때로는 약관의 교대 시절로 돌아가 젅ㄱ의 근엄했던 처신과 지위도 잊고 <십원짜리>도 서슴없이 내뱉으면서 ‘막선’ ‘천둥벌거숭이’가 되어 ‘달구치기도’ 하다가 누군가의 ‘삭치는’ 중재안에 한바탕 웃고나면 마지막 남은 소주 한잔으로 하루를 ‘간종그리며’ 아름답고 즐거운 우정의 일박一泊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미 명부冥府의 세계로 떠난 학형이 있고, 병석에 누워 겨우 손전화 문자에만 의존하는 가슴 저민 인형仁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제 남은 우리들만의 <아름답고 즐거운 우정의 일박>은 내년에도 이어지려는지...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