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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05.08 09:22 수정일 : 2023.05.08 09:28
84회 금주의 순우리말-난부자든거지
/최상윤
1.난부자든거지 : 겉으로는 부자 같으나 실제는 거지와 다름없는 사람. 또는 그 형편. 준-난부자. 같-난부자든가난. 상-든부자난거지.
2.달게 굴다* : 다랑귀를 떨어 보채면서 조르다.
3.달구 : 땅을 다지는데 쓰는, 끈이 달린 둥근 나무토막이나 쇳덩이. 관-달구치다. ~질, ~소리, ~하다.
4.막새바람* : 가을에 부는 선선한 바람.
5.박박이 : 짐작건대 그러하리라고 미루어서.
6.삭은코 : 콧등이 내려앉은 코. 코피를 잘 흘리는 코.
7.안타깨비 : □명주실의 토막을 이어서 짠 굵은 명주. □안달이 나서 귀찮게 조르거나 검질기게 달라붙는 사람을 비난조로 이르는 말. □성질이나 행동이 시원스럽지 못하고 꾸물거리는 사람.
8.자축거리다 : 다리에 힘이 없어서 잘뚝거리다. <저축거리다.
9.척짓다 : 서로 원한을 품을 만한 일을 만든다.
1o.큰가래 : 세 사람이나 네 사람이 줄을 당기어 흙을 파내는 가래의 하나.
11.떠꺼머리처녀 : 시집갈 나이가 지난 몸으로 머리를 길게 땋아 늘인 처녀. ‘노처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준-떠꺼머리. 상-떠꺼머리총각.
◇팔질八耋에 들어서자 육신은 쇠하여 사회적 ‘큰가래’에 참여하기는커녕 홀로 ‘자축거리기’도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다가올 삶보다 자나온 삶을 돌이켜 보는 버릇이 생겼다. ‘막새바람’이 불어 올 때는 더욱 그렇다.
지나온 삶에서 나는 두 개의 인생 ‘달구’를 아직도 마음속에서 떨구어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슬하膝下의 4 남매가 하나같이 ‘달게 굴며’ 서울 유학을 간절히 원했지만 명색 대학교수인 나는 한 녀석도 서울 유학을 보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난부자든거지’였기 때문이다. 그 잘난 대학교수가 자식 놈들의 대학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내 마음의 멍울이 된 경제적 무능의 ‘달구’를 아직도 달고 다니며 괴로워하고 있다.
다음으로 나는 <남의 나이>(환갑이 지난 뒤의 나이)에 접어들자 내가 지니고 있는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교직 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몇 가지 교외활동(부산예총 회장,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등등)을 10여 년간 수행한 적이 있었다. 이때 <씨동무>(소중한 동무), <자치동갑>(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인 세 사람으로부터 제 각각 업무상 건의 또는 청탁을 받았으나 나는 미련하게 대의大義에 입각하여 괴롭지만 넌지시 거절한 적이 있었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그들은 ‘안타깨비’가 되어 나를 음해했고 ‘박박이’ 나와 ‘척짓게’ 되지 않았나 싶다.
안타깝게도 위 3인 중 두 사람은 그 당시 부산의 저명 교수였다. 이때부터 나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나의 무능과 함께 대학교수에의 불신의 ‘달구’가 나를 짓누르고 있다. 광중壙中으로 가기 전까지 나는 이 질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는지...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