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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04.12 08:25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68.아버지와 소
/박명호
시상, 이게 무신 일이고!
이른 아침 잠결에 아버지의 비명 같은 큰소리를 들었다.
얼른 문을 열고 밖을 나가보니
아버지는 마굿간 앞에서
이상타를 연발하고 계셨다.
아, 어제 장날 팔았던 소가 마굿간에 떡하니 있었다.
소는 헉헉 거리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옛 주인을 잊지 못해 고삐를 끊고 낯선 사십 리 고갯길을
밤을 새워 달려온 것이었다.
고삐는 고삐대로 떨어져 나가고 얼굴은 여기저기 할퀴고 긁히고 엉망이었다.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그렁그렁했다.
왜 나를 팔았어요?
라고 항의 하는 듯
원망과 슬픔과 반가움 그리고 대견함이 뒤섞여 있었다.
이게 무신 일이고, 이게 무신 일고...
소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아버지의 눈가도 축축했다.
오십 년도 더 지난 그때 그 소의 그 커다란 눈을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