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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03.05 01:45
봄의 고백 /김종해
겨울이 남긴 잔상 속에서, 땅은 여전히 나른하게 내복을 벗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그 순간, 계절은 한껏 재촉한다. "어서 가라, 겨울아!" 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 그 따뜻한 봄의 문을 두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기다림은 때론 소중한 시간이니까.
여린 햇살이 스며드는 곳에서는 새싹이 힘차게 움트고, 봄바람은 속삭인다. "봐, 생명이 돌아왔어." 그 순간, 나는 문득 깨닫는다. 봄이 정말 왔구나.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나도 그 설렘을 느끼고 싶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는 그리움이 외로이 떠돈다. 春來 不似春, 봄이 왔지만 아직 살갗에 닿는 기온은 차갑다.봄의 그 기쁨을 느끼기에는 더 기다려야 한다.
달력의 시계는 이미 무르익은 봄을 가리키고 있지만, 내 걸음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마음속 고통의 바다에 빠져드는 것 같아, 그리움이 더욱 짙어진다.
세상의 시계는 찬반으로 나누어져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따뜻한 봄의 날씨 같은 이 조국의 평화는 언제 올까? 봄의 따뜻한 싱그러움이 내가 느끼고 싶은 감정인데, 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다. 화사하게 핀 봄꽃 사이로 내리는 비는 마치 세상의 모든 아픔을 감싸주는 듯하다. 여린 꽃잎에 상처를 내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내리는 봄비. 그 모습은 나에게도 위로가 된다. 세상 일이란 강한 자가 남을 이기고, 더 강한 자가 나를 이긴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 강함 속에서 상처주지 않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일까.
하지만, 상처주지 않는 봄비가 어디 있을까? 바람에 실려 오는 그 비는 때론 차가운 눈물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 번 꿈꾼다.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내 마음의 모든 그리움이 꽃으로 피어나는 그 날을.
봄은 결국 찾아올 것이다.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나는 그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시 일어선다. 고통의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 싱그러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2025.3.3.은산 김종해,긴 삼일절 연휴의 끝 자락에 봄비를 맞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