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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63.우리 동네 좀머씨

작성일 : 2026.02.22 07:04 수정일 : 2026.02.22 07:07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63.우리 동네 좀머씨

/박명호

 

그는 늘 걷기만 하는 사람이다.

카우보이모자 푹 눌러 쓰고

좌우 둘러봄 없이 그저 걷기만 하는 사람,

야위고 긴 다리는 남들보다 훨씬 빠른 것 같은데도

열심히 걷기만 하는 사람

오로지 걷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걷는 것이 삶의 목적인 것처럼

걷기만 하는 사람이다.

몇 해 전 내가 그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아니 그에게 좀머씨라는 별명을 붙이고부터

그를 볼 때마다 그것이 궁금했다.

왜 걷기만 할까...

오늘 그 해답을 알았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그가 걷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너무 신기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지켜보았다.

그는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심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친구는 멀리 군산에 있었다.

혼자 술 마시지 말고 자신을 불러달라고 했다.

아무리 멀어도 같이 마시러 가겠노라고

너무 외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