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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01.26 02:33
22) 녹도, 한국의 산토리니 섬마을, 명상과 노을, 백패킹 명소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녹도
녹도는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섬이다. 대천항에서 25km에 떨어져 있다. 대천항을 떠나 불모도, 삽시도, 추도, 호도를 거쳐 1시간 항해 끝에 도착하는 섬이다.
녹도의 첫 풍경은 그리스 산토리니 해변 마을을 연상케 한다. 어촌 지붕들이 울긋불긋 수채화 풍경처럼 구릉지 해변에 자리잡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섬이다.
섬 면적은 0.89㎢, 해안선 길이는 4km. 섬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녹도 어민들은 봄 여름에 제주 쪽 난류가 북상하면서 형성되는 까나리, 새우, 멸치어장 어업과 굴, 대합, 홍합, 김 양식 등을 하며 산다. 주민은 80여 가구에 250여명이 거주하는, 비교적 많은 주민이 살고 생활 수준도 윤택한 섬마을이다.
녹도는 인근 호도와 함께 어촌의 전통문화와 공동체 문화가 그대로 살아 있고 어족자원이 풍부하니 자연히 생활이 윤택할 수밖에 없는 섬에 해당한다. 호도와 녹도는 ‘군도형 도서’로 분류된 섬이다. 섬들이 오밀조밀 몰려 있는 곳을 군도, 일렬로 있는 곳을 열도라고 하는데. ‘군도형 도서’로 지정되면 중심 섬을 정해 2개의 섬 기능을 각자 배분하여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계 개발사업을 진행한다.
우리나라가 복지 선진국을 지향한 만큼 외딴 섬도 경제, 기술, 문화적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해양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거다. 이를 테면 소득을 안정적으로 향상시키고, 보건진료 도로 생활용수, 전력공급 등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것은 물론 주민 생명과 의료지원 정책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한다. 특히 녹도에는 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응급의료 전용헬기 계류장이 마련돼 있을 정도이다.
녹도는 공중파 방송의 ‘한국인의 밥상’ 그리고 이승기 등 연예인들이 출연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녹도에서 촬영해 방영한 바 있다. 녹도는 워낙 많은 수산물이 생산되는데, 대표 먹거리는 아무래도 어민들이 갓잡은 아주 신선한 생선회와 조개구이, 조개무침, 조개찜을 들 수 있다. 소라, 멍게, 전복은 민박집 밥상의 기본 반찬이다.
녹도는 섬 모양이 사슴처럼 생겼다라고 해서 ‘사슴 록(鹿)’자를 써서 녹도라 부른다. 섬 최고점은 106m이고 대부분 지역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쪽 지형은 사슴이 고개를 떨군 모습이고, 동쪽의 해안선은 사슴 뿔을 닮았다.
녹도는 행안부가 2022년 ‘찾아가고 싶은 가을섬’으로 선정된 섬이다. 쓸쓸한 듯, 고요한 날의 섬 분위기...그러면서 가볍고 부담 없이 거닐기에 좋은 섬길. 동화 속 옛 성을 연상케 하는 그림과 같은 섬마을 풍경. 적막하지만 섬 내부는 안전하고, 캠핑 야영 등 활동이 자유롭고 아늑한 해양 공간. 무엇보다 섬주민들의 포근한 인심과 자연산 해산물의 맛과 매력이 아닐까 싶다.
녹도의 대표 여행코스는 몽돌해변이다. 바다가 툭 트인 백패킹 명소이다. 이따금 갈매기와 어선들이 미끄러지는 모습만 보일 뿐, 정말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조용한 해변이다. 사색과 명상하기에 좋은 해변이다.
몽돌 해변에서 건너갈 수 있는 앞 바다의 작은 바위들은 소위 강태공들이 말하는 여밭이다. 낚시 포인트라는 이야기. 요즘은 감성돔 놀래미 볼락 우럭 광어가 잘 잡힌다. 텐트 쳐놓고 낚싯줄의 입질을 기다리는 그 재미는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초보자는 민박집에서 가까운 선착장에서 낚시를 많이 하는 데 주로 우럭, 학꽁치가 잡힌다.
저녁이면 몽돌해변 노을 지는 장면이 정말 환상적이다. 망망대해로 지는 일몰은 정말 압도적이다. 붉게 타오르는 햇무리가 온 바다를 뜨겁게 물들이는 모습은 압권이다. 적막한 바닷가에 선 이방인인 여행자와 둥근 해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풍경... 이 풍경은 최고 노을바다 풍경이자 녹도 여행의 대단원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몽돌해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분들도 있고 마을 쪽에 별도로 캠핑과 글램핑장이 마련돼 있기도 하다.
몽돌해변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면 300미터 구간의 둘레길이 시작된다. 산으로 이동 할 때 잠시 바닷가 몽돌이 밀리며 밟히는 소리 그리고 몽돌 속으로 파도가 스며드는 소리, 즉 해조음이 아름다운 몽돌밭의 선율에 잠시 귀기울여 보시길 바란다.
둘레길의 산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야생화와 산쑥 등이 높이 자라 길과 뒤섞여 있는데, 그래서 더욱 풀내음이 짙게 올라와 코끝을 자극한다. 평지가 아닌 곳은 나무계단이 잘 조성돼 안전한 산행을 돕는다.
솔숲, 대숲길을 지나면 ‘고갯마루 쉼터’라고 명명한 곳에 이른다. 빈 의자 4개가 나란히 바라보며 마련돼 있다. 여기서 잠시 호흡을 고를 수 있다. 급경사 지역 테크 길은 해안가로 이어지는데, 바닷가 ‘전망 쉼터’라고 명명한 곳에서는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기념촬영도 하면서 잠시 쉴 수 있다.
몽돌해변 반대편, 그러니까 녹도 섬 중간 허리 쪽에 해당하는 지점에 U자 형태의 해변이 있는데 이곳이 당산해수욕장이다. 숲에 둘러싸여 오목하게 들어간 백사장은 정말 말이 필요 없는 그냥 그렇게 고요한 분위기에 젖어들면 좋은 해변이다. 적막한 바닷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그냥 돌아와도 마냥 기쁘고 마음이 행복한 그런 풍경, 그런 아늑한 해변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지역이어서 일광욕을 즐기면서 물비늘 반짝이는 평화로운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파도처럼 바람처럼 바다에 그대로 스며드는 힐링여행 장소이다.
섬 사람들의 터전인 녹도항 포구를 방파제가 둥글게 감싸안았다. 방파제 좌우로 2개의 등대가 포구로 드나드는 어선들의 뱃길을 안내하며 서 있다. 방파제에는 흔들의자가 있다. 파도처럼 흔들리면서, 어선이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 그리고 물이 빠지면 조개를 캐는 섬마을 사람들 모습, 햇볕에 물고기를 꼬들꼬들하게 말리는 덕장 풍경을 볼 수 있다. 또한 밤에 포구에 나와서 마을 쪽을 바라보면 동화 같고 영화 한 장면 같은 서구적이고 이색적인 녹도 야경을 볼 수 있다.
녹도 앞 바다에는 주민들 삶과 밀접한 3개의 무인도가 있다. 3개 무인도는 석도, 소화사도, 대화사도이다. 먼저 석도는 무인도이지만 어민들은 이들 섬을 중심으로 해삼, 전복 양식장을 하고 주목망을 설치해 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망이란, 나무 말뚝으로 그물 입구를 고정시켜서 고기를 잡는 어구를 말한다.
보통 무인도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 섬의 구경거리를 제공하는데, 석도의 섬 정상에는 팽나무가 자란다. 팽나무는 본섬에서도 자라고 무인도에서 자라는 공동체 상징의 나무이다. 예로부터 팽나무는 느티나무와 함께 농어촌의 강인함과 공동체를 상징하는 보호수로 대접받던 나무이다. 이밖에 석도에는 성게 멍게 거북손, 톳, 모자반들이 군락을 이뤄 서식한다. 무인도 팽나무 숲에서는 가마우지, 괭이갈매기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산다.
그 다음 2개의 화사도 중 작은 섬이 소화사도, 큰 섬이 대화사도이다. 이들 섬은 마을 주민들이 염소를 방목하는 섬이고 배 낚시도 허가한 섬이라서 전국의 프로 낚시인들이 부시리, 방어 등 대물을 잡으러 모이는 포인트 섬이다.
화사도는 몽돌해변, 콩돌해변, 모래해변이 공존한다. 따개비, 굴, 홍합, 우뭇가사리, 갈파래 등 해산물이 풍부하고 팽나무, 구지뽕나무, 동백나무, 해국, 억새, 산쑥, 달맞이꽃 넓게 분포하는
섬 안에는 가마우지, 괭이갈매기, 멧비둘기가 보금자리를 틀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