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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01.20 05:44
21) 호도 (작지만 서구적 해양관광어촌, 강태공들의 성지)
박상건 (시인. 섬문화연구소장)
호도는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섬이다. 섬 면적은 1.3k㎡, 해안선 길이는 2.7㎞ 규모이다. 대천항에서 여객선으로 45분 정도 소요된다.
섬 모양이 여우처럼 생겼다 해서 여우 호(狐)자를 써서 호도라고 부른다. 그래서 여우섬, 여섬, 호도 등으로 불린다.
호도에는 60여 가구에 200여명의 주민이 산다.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일부는 민박을 운영한다. 마을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구릉에 아담하게 자리잡아 집들이 울긋불긋 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퍽 이국적이다. 외딴 섬이라기에는 의외로 산뜻하고 현대식 주택들로 구성됐다.
어촌의 현대식 풍경은 민박을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 많은 데다가 보령시가 전통어촌 마을과 체류형 관광 섬으로 추진한 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어촌뉴딜 300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었는데, 어촌어항 현대화 사업 대상지 300 곳 중 한 곳으로 호도가 선정된 것. 그래서 마을 환경과 관광기반 시설이 크게 개선됐다. 그래서 호도는 규모는 작지만 해양관광으로 차별화된 섬, 어촌마을에 활력이 넘치는 섬이 된 것이다.
호도는 행안부가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으로 선정한 섬이기도 한다. 해양수산부가 자율관리 어업지역의 어촌으로 선정한 섬이기도 한다. 어민들이 자율적으로 어족자원 보호운동을 전개 하면서 작은 물고기는 잡지 않되 낚시 어업은 활성화 시킨 그런 섬이고 바다사랑 어족자원 보호운동의 모범 섬으로 자리 잡은 그런 어촌이다.
호도 북쪽 해안은 여객선 선착장이 있고 그 아래 서쪽은 절벽 해안이다. 북동쪽에는 학교와 보건소, 발전소 그리고 마을의 집들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다.
솔밭길이 아름다운 큰 재를 타고 내려가면 동쪽으로 호도 대표 해수욕장인 호도해수욕장이 있고, 남쪽 해안에는 자갈밭 해변과 평풍바위 애업은바위 등 기암괴석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마을을 지나 평탄한 구릉을 넘으면 호도 해수욕장이 나온다. 1.5km의 은색 해변이 일품인 데, 모래질이 부드러워 맨발로 걷기에 좋다. 조용하면서 차분한 분위기의 겨울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가족 단위의 호젓한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호도 은빛 백사장이 명상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이다. 정부 지원 관광프로그램인 명상여행이 선정되기도 했는데 명상을 즐기는 동호회, 기관 종사자들이 즐겨 찾는다. 호도 해변은 조용한 바닷가이고 수질이 아주 깨끗하고 경사도 완만해서 명상 장소로 좋다. 해변이 활처럼 휘어져 포근한 느낌을 주는 환경도 특징이다.
은빛 모래해변에 앉아서 두 눈을 감고 호흡하며 자신의 숨결에 집중하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파도소리, 바람소리에 내 마음까지 가볍게 띄울 수 있는 명상 속으로 빠진다. 번잡한 일상과 도시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섬과 바다라는 공간은 우리네 마음을 편안하고 안정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호도 남쪽 끝지점의 해변에서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남쪽해안은 회갈색 기암괴석이 발달되어 있어 비경을 연출한다. 호도해변이 백사장인데 반해 이곳은 자갈 해변이다. 이 해변 끝자락에 기암괴석의 바위들이 있는데 마치 일부러 정돈해서 키운 분재처럼 3개의 바위섬 틈에 뿌리를 내려 자라는 소나무를 볼 수 있다. 해풍과 거친 파도를 맞으면서 늘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이다.
여행자들은 이 소나무 앞에 서면 자동으로, 자연스럽게 애국가를 흥얼대곤 한다.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편함은 우리기상일세” 이 부분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여행은 이처럼 때로 풍경 한 장면으로도 애국자를 만들기도 한다.
해수욕장 끝자락에 해당화 군락지가 있다. 해당화는 모래에 잘 자라는 특징 때문에 해변과 섬 곳곳에 짓푸른 잎에 빨갛게 핀 아름다운 해당을 연출한다. 척박한 모래땅에 뿌리를 내린 채 멀리 바다를 향해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바라보면 문득, 해당화를 소재로 한 시와 노래를 떠올려준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님” 이미자 선생이 부른 ‘섬마을 선생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아, 해당화 피는 언덕에/나 홀로 서서 웁니다”라는 김소월의 ‘해당화’라는 시도 떠올려준다.
요즈음 멍 때리기 등 여행지에서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보낸 후 돌아오고 싶어하는 그런 여행을 즐기는 분들도 있는데 호도에서 가볍게, 부담없이 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호도 섬 안에는 카페가 두 곳 운영 중이다. 산책하다가 바다뷰를 즐기면서 갓 구워낸 빵에 커피 한잔 마시고... 무심한 세월을 동무 삼아 쉬는 그런 공간... 그 자체로 추억여행 낭만여행이 아닐까 싶습다.
빨강 방파제 길, 그리고 해안길을 쉬엄쉬엄 걷거나 야생화와 함께 호흡하며 솔숲 산책로를 걷는 것도 좋은 코스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가볍게 섬길을 걷고, 산길 따라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최적의 장소가 호도인 듯 하다. 군데군데 정자가 설치되어 있어 아무 생각없이 한 숨 자거나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담거나... 휴식과 간식 먹는 재미의 쏠쏠함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다로 나가서 어촌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호도는 섬 전체가 해삼, 전복, 홍합 양식장이다. 민박집에서 신청하면 직접 양식 현장을 체험할 수도 있고 싱싱한 전복 등을 따서 맛볼 수 있으며 싼값에 구입할 수도 있다.
호도는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섬 가운데 강태공들은 호도를 ‘낚시의 성지’라고 부른다. 호도에서 발원한 조류가 안면도 쪽으로 흘러가는데 그래서 어종과 물 때가 보령 호도와 태안 안면도 구간으로 설정된다.
특히 호도에서 선상낚시를 할 경우 꿀팁을 알려드리자면 해삼, 전복, 홍합 양식장 근처로 이동해 낚시하면 좋다. 흔히 물반 고기반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포인트가 양식장 주변이다. 이들 양식장에서는 물고기가 좋아하는 부유물들이 흘러나오고 물고기들은 이 먹이를 좇아 양식장으로 몰려든다.
물론 섬 끝자락 갯바위와 해안절벽 아래 여 사이도 포인트 중 하나이다. 요즘 겨울 어종으로는 농어, 우럭, 붕장어, 삼치가 많이 잡힌다.
섬으로 여행가면 아무래도 숙박시설과 음식 등을 먼저 걱정하기 마련이다. 호도는 민박과 야영장 모두 넉넉하다. 특히 관광지 느낌이 나지 않고 섬주민들의 넉넉한 인심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섬 주민의 상당수가 해녀들이다. 물질을 해서 전복, 소라, 성게와 낚시로 잡은 생선으로
반찬으로 만들어서 손님들을 맞음으로 신선한 해산물과 토속적인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호도에 슈퍼마켓이 있다. 여기서 낚시 채비와 간식 등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섬 여행길에는 낚시채비나 평소 먹거리 등을 출발지에서 안전하고 넉넉하게 구입하여 섬으로 가는 것이 좋다. 섬 안에서는 아무래 유통 물류 체제가 더딜 수 밖에 없어서 여행자가 찾는 특정 물건이나 식품이 이미 동났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