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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01.12 01:41
Ep 12. 등대 보급선과 등대에서 생긴 일들
등대장 곽춘만
등대원들이 인사 이동으로 명령받은 등대로 부임하기 위해서는 살림살이와 가족들까지 등대 보급선으로 수송을 하는데, 배는 협소하지만 배에 오르고 나니 만선이 되고, 인원이 많아 식사도 곤란한 중에도 표지 보급선 선원은 역경을 무릅쓰고 노력을 해준다.
당일로 이삿짐을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리상 2~3일 걸리는 해로에서 풍파를 만나 육지도 아닌 조그마한 섬 근처에서 피선하다가 바람이 점점 심하여져 큰 섬 근처 바람막이로 뱃머리를 돌려놓으니 파도 속에 배는 심하게 흔들려 뱃머리가 파도 속으로 들어가면 배 뒷부분은 하늘로 치솟고 뱃머리가 하늘로 치솟으면 뒷부분은 파도 속에 묻힌다.
이 속에서 멀미하는 사람들이 토할 때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자기 의복으로 청소하여 다른 사람에게 폐가 없도록 하였다. 이런 풍파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키를 잡고 성난 항해의 물결을 가로지르는 등대 보급선의 선장을 보니 자기는 자기대로 걱정이 나겠지만 삼자에게는 태평한 모습으로 안정감을 준다.
마침내 일차 목적지 섬까지 도착하여 거기서 피선하고 다음 날 날씨가 온화하여 무사히 등대까지 도착하여 육지에 내리니 공연히 어질어질 다리가 휘청휘청하여 몇 달 심한 병을 앓고 난 듯한 모습으로 며칠을 보내기도 하였다.
1971년 3월 다시 팔미도 등대 등대장으로 부임하여 보니 직원 퇴식소 전체와 동력실 내부에 설치된 기계 앞부분의 위치가 이쪽저쪽으로 되어 다시 보수 작업에 나서 페인트칠과 기계를 한쪽으로 모아놓고 일하기 편리하게 하고 발동 발전기를 이동하는 등 시공으로부터 준공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각 퇴식소 보수 및 무신호기(발동기 40HP)를 설치하여 항로표지 군령에 지장이 없도록 준공을 보았다. 등대 보수공사 때는 업자도 남모르는 애로가 많아 그들의 생활에서 김치 또는 급식 문제는 교통 관계로 품절되고 공사 참여 인원들의 생계 뿐만 아이라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아. 끝에 가서는 아우성도 나온다. 이런 것은 인력으로는 할 수 없는 사태이고 보니 어쩔 수도 없다.
유인 등대 직원은 누구나 1년 먹을 양식은 못되어도 3~4개월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4세대의 대용 식량 및 부식까지도 배가 올 때 지장 없이 수송하여 식량을 제법 비축하연 상태에서, 공사 인부들이 밥을 먹지 못하는 형편이 보기에 안타까워, 식량을 공사 인부들에게 빌려주었으나 육지에 있는 공사 시공업체는 그 회사 방식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사장이 준공할 때 직접 와서 보고 사정을 파악한 후 서울 가면 즉시 해결하여 준다더니, 껍데기 만 있는 텅 빈 회사가 되어 그러는지, 그렇지 않으면 업자에게 속았는지 깜깜 무소식이었다.
식량 차용분을 갚고 나갈 형편이 못 되는 공사업자였기에, 송원열씨가 격열비도 등대 직원으로 있을 시에 업자가 같이 데리고 상경한 바 있으나 역시 상경하고 보니 하루 이틀 미루어 나가는 게 10일이나 흘러서도 해결을 못보게 되었다.
송원열씨가 등대의 국제 공기적인 책임 논을 이야기했더니 그제서야 등대에서 채용한 식량 및 부식값을 계산하여 주어서 받았다. 사람이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놓으면 보따리 내놓으라는 옛날 말에서 자기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아쉬운 소리로 별의별 소리를 다한다. 난처함을 불쌍히 여겨 구제하여 등대의 비상식량까지 덜어서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을 구해주니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신세 진 것을 갚아 주는데도 질질 끌고 나가니, 이 사회에서 이런 인간이라면 엄벌에 처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등대직원 송원열씨는 근 보름이 지나 겨우 식량과 부식 값을 받아서 서울에서 버스로 서산까지 가서 서산에서 다시 안흥까지 당일 도착하였으나 앞으로 남은 길은 뱃길이다. 풍랑이 심하여 4박5일을 여관에서 헛되이 보내고 안흥에서 해경 경비선을 이용하여 등대에 겨우 도착하였다.
인간 구제는 하지 말라는 옛날 말이 이런 일에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공사를 마치고 꾸어준 양식을 받고, 한가로운 어느 날 멀리 수평선 위를 바라보는 등대 산 언저리에 앉아 있으니, 인간이라는 쓸쓸히 움직이는 존재가 너무도 처량하게 느껴진다.
저 먼 곳에 가물 거리는 돛단배, 정처 없는 돛단배야!
사공은 갑판에 기대여 키를 잡은 채 콧노래를 부르는구나.
이곳까지 몇 백리나 되는데도 당신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에
나는 지금 어린 시절에 어머님 품에서 불러주던 자장가 되어
고운 꿈을 꾸고 있다오!
저~~어 먼 곳의 노래야!
나는 지금 그 정다운 노랫소리를 잃어버린 애석함에
꿈도 잃어버리고 잠도 달아나 벼랑 위를 막 일어서련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잔잔한 바다 위 벼랑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시를 읊으며 일어서서 조금 양지바른 둥근 바위 밑으로 내려가 한동안 깊은 명상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어디선지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내가 앉은 바위 위에 앉았다가 나를 보고 놀란 듯 날아가 버린다.
나는 저 멀리로 사라져 가는 독수리를 바라보며 중얼 거린다.
네가 내 앞에 앉아 있어도 나는 너를 해치지 않고 너와 잠시나마 나의 회포를 이야기하려 했건만 너는 나를 보고 두려워 날아가는구나····
위를 보면 등대에 불을 켜놓지 않은 채 우뚝 솟아 있고 나무 몇 그루가 지켜서 있는 듯하고 아래를 보면 천 길 벼랑 밑에 바위로 둘러쌓여 있는데 찰싹찰싹 엷은 물결이 다가와 바위를 간지럽힌다. 간절히 그리워지는 옛일을 생각하려 하지는 않지만 지금 내 마음에 가득 차 있으니 이 웬일인가.